국산 콩은 수입산보다 3배 비싸 중소업체 전환 어려움

올해 수입 대두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 전년 대비 13% 감소하면서, 약 8300톤의 원료 부족에 직면한 중소 두부 제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의 추가 공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연말 생산 중단 우려가 커지며, 국민 식재료인 두부 가격의 연쇄 인상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연말 공장 멈춘다, 소상공인의 위기

전국 약 1800곳에 달하는 중소 두부 제조업체들은 원료 고갈이라는 현실적 위협에 직면했다. 두부 및 장류 협동조합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업계가 당장 필요로 하는 수입 콩 부족분은 약 8300톤에 달한다.
대부분의 업체는 현재 보유 물량이 올해 4분기 내에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에는 원료가 없어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호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료 부족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고, 최악의 경우 다수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지난달 2만 7000톤의 물량을 추가 공급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물량 일부가 경쟁 입찰 방식인 공매로 풀리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해 식용 대두 공매 낙찰가는 t당 약 60만 원까지 올라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가격에 응찰하거나, 이마저도 실패해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축소의 배경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정부의 수입 콩 TRQ 물량 정책에 있다. 저율관세할당(TRQ)은 정부가 정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매겨 국내 농가를 보호하는 제도다.
정부는 매년 약 25만 톤의 수입 콩을 이 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 기본 물량 외에 추가 증량을 하지 않으면서 전체 공급량이 전년보다 13% 줄었다.
한국의 식용 콩 자급률은 약 25% 수준으로, 여전히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국내 두부 생산량의 80%는 가격이 저렴한 수입 콩으로 만들어져, TRQ 물량 변동은 중소업체들의 생산 기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산 콩 장려’ 정책과 시장의 괴리

정부는 TRQ 물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로 ‘국산 콩 재배 확대 및 사용 유도’라는 정책 기조를 들고 있다. 수입 물량을 조절해 국산 콩 소비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국산 콩 사용 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병행하며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산 콩의 가격은 수입 콩보다 약 3배 비싸, 영세한 중소업체들이 쉽게 원료를 전환하기 어렵다.

한 중소 두부업체 대표는 “이미 시장에서 국산 콩 두부와 수입 콩 두부는 가격대와 소비층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며 “수입 콩을 쓰던 업체가 국산 콩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 국내 농가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 애꿎은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 콩 공급 부족 사태는 정부의 농업 보호 정책과 시장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농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선의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고 소비자 물가 불안을 야기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농가와 중소기업,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 재설계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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