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 상큼, 바르면 촉촉” 제주 사람들이 오래 즐긴 ‘제주백년초’의 효능과 다양한 섭취 방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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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속 숨겨진 영양 보물, 제주백년초

제주백년초
제주백년초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종종 겉모습만으로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다. 울퉁불퉁한 생김새나 낯선 질감 때문에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미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다.

표면을 뒤덮은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만지기조차 꺼려지는 제주백년초 역시 이러한 오해를 받기 쉬운 식물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강인한 외피 속에는 제주도의 바람과 태양이 응축된 영양과 맛이 숨겨져 있다. 단순한 관광 특산품을 넘어, 우리 식탁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제주백년초의 진정한 가치를 들여다본다.

진짜 ‘백년초’를 아시나요?

제주백년초
제주백년초 / 국립생물자원관

우리가 흔히 ‘백년초’라고 부르는 식물의 정식 명칭은 제주백년초다.

2020년 이전까지는 해안선인장이나 내륙에서 자라는 후미푸사선인장(통칭 ‘천년초’)과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었으나, 서귀포 지역 주민들의 증언과 향토 연구가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제주 해안가에 자생하는 종을 특정하여 ‘제주백년초’로 바로 잡았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선인장은 높이 5m까지 자라는 떨기나무로 분류된다.

이 남미 식물이 어떻게 제주에 정착했는지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은 ‘쿠로시오 해류’다. 멕시코 연안에서 출발한 식물의 일부나 씨앗이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제주도 해안에 도착해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제주에 정착한 생명력은 그 자체로 식물에 특별한 서사를 부여한다. 5월에서 7월 사이에는 강렬한 자주색 혹은 노란색 꽃을 피우고, 한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서양배 모양의 탐스러운 자주색 열매를 맺는다.

열매부터 줄기까지, 백년초의 맛과 활용

제주백년초 잼
제주백년초 잼 / 푸드레시피

백년초의 활용은 열매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선인장 열매라는 낯선 이름과 달리, 맛은 의외로 친숙하다. 풍부한 과즙과 함께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특히 기분 좋은 신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제주에서는 이 생과를 그대로 먹거나 즙을 내 마시고, 잼이나 차로 만들어 사계절 내내 즐긴다. 제주를 대표하는 특산품인 백년초 초콜릿 역시 이 열매의 농축액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백년초의 진정한 매력은 열매뿐만 아니라 줄기에도 있다. 두툼한 줄기는 언뜻 질길 것 같지만, 손질해서 맛보면 아삭하게 씹히는 경쾌한 식감과 상쾌한 풍미가 일품이다.

얇게 썬 줄기는 토마토, 오이 등과 함께 여름 샐러드 재료로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다만 손질 시에는 미세한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반드시 장갑을 끼고, 집게를 이용해 겉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야 한다.

손질하고 남은 열매나 줄기는 밀봉하여 냉장 보관하면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과학이 주목하는 영양학적 가치

제주백년초
제주백년초 / 게티이미지뱅크

백년초의 효능은 단순히 경험적으로 전해지는 것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백년초 열매 100g당 식이섬유는 5.1g으로, 이는 장 운동을 촉진하고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줘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장 기능이 약해진 현대인에게 특히 유익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성분은 칼슘이다. 백년초 열매 100g에는 686mg의 칼슘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칼슘의 왕’으로 불리는 멸치(100g당 약 500mg)보다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제주백년초
제주백년초 / 게티이미지뱅크

또한 노화 방지와 면역력 강화에 기여하는 비타민C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플라보노이드도 풍부하다. 열량이 낮아 체중 조절 식단에 활용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열매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평소 몸이 냉한 체질이라면 과다 섭취 시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흔한 식재료가 아닌 만큼,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지 소량 먼저 섭취해 보는 것이 안전하다.

가시 돋친 모습 뒤에 다채로운 맛과 풍부한 영양을 품고 있는 제주백년초. 이제는 제주의 기념품 가게를 넘어, 우리 집 식탁에서 그 강인한 생명력과 건강함을 직접 맛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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