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림읍 농가들이 감귤을 대체할 신소득 작물로 프룬 재배에 성공했다

제주도 한림읍의 한 과수원, 익숙한 감귤나무 대신 진한 보라색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나무들이 가을 햇살을 받고 있다. 서양 자두의 일종인 프룬이 제주의 새로운 소득 작물로 자리 잡으며 첫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했다.
기후 변화로 감귤 재배에 어려움을 겪던 농가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프룬은 특히 장 건강과 갱년기 여성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보여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갱년기 여성 뼈 건강의 새로운 대안

프룬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효과 때문이다. 국제골다공증재단이 ‘뼈 건강을 위한 음식’으로 선정했을 만큼 그 효능을 인정받았다. 핵심 성분은 비타민K와 붕소다.
비타민K는 뼈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오스테오칼신을 활성화해 칼슘이 뼈에 제대로 결합하도록 돕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붕소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체내 농도를 높여주는 미네랄로,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안면홍조, 불면증 등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폐경기 이후 여성이 매일 50~100g의 프룬을 1년간 섭취했을 때 뼈 밀도 감소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룬의 풍부한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 뼈 손실을 막는 데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천연 변비약’의 과학적 원리

서양에서 ‘천연 변비약’이라 불리는 프룬의 효능은 두 가지 핵심 성분인 소르비톨과 불용성 식이섬유에서 나온다. 소르비톨은 당알코올의 일종으로, 대장 내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삼투압 작용을 일으켜 변을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배변 활동이 원활해진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물에 녹지 않고 대변의 부피를 늘리며 장의 연동 운동을 직접적으로 촉진한다.
이 두 성분의 복합 작용은 장에 과도한 자극 없이 자연스러운 배변을 유도한다. 한 연구에서는 하루 3~6개의 프룬을 꾸준히 섭취한 그룹에서 변비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되었음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사과산, 구연산 등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제주 농업의 지형을 바꾸는 프룬

이번에 출하된 제주산 프룬은 제주농업기술원 서부농업기술센터와 한림농협이 협력한 ‘정예소득작목단지사업’의 결실이다. 한림읍 일대 10개 농가가 3.3헥타르(ha) 규모로 재배에 성공했으며, 재배 품종은 프레지던트, 블랙킹, 빅퍼플 등이다.
이 사업은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 주력 작물이던 감귤 농사가 위기를 맞은 데서 시작됐다. 겨울철 기온 상승과 잦은 병해충으로 감귤의 품질 유지가 어려워지자, 제주 농가들은 새로운 대체 작물을 모색해야 했다.
프룬은 비교적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면서도 제주 지역의 토양과 환경에 잘 적응해 최적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올해 수확된 프룬은 개당 100g 내외에 평균 16브릭스의 높은 당도를 자랑하며,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까지 획득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맛있는 프룬 섭취법과 주의사항

프룬을 고를 때는 표면이 매끈하고 흠집이 없으며, 꼭지가 신선하고 끝이 뾰족한 것이 좋다. 상온에서는 쉽게 무르므로 반드시 밀봉하여 냉장 보관해야 한다. 프룬의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은 과육보다 껍질에 20배 이상 풍부하므로,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효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과다 섭취는 금물이다. 소르비톨 성분이 장을 과도하게 자극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하루 200g, 중간 크기로 4알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유기산 함량이 높아 공복에 먹으면 속 쓰림을 느낄 수 있으며, 칼륨 함량이 높아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제주에서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한 프룬은 단순한 과일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제주 농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고 있다.
변비와 갱년기 증상 완화라는 명확한 건강 효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며 농가에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부농업기술센터는 앞으로 고온에 따른 생리장해 대응 기술을 보완하고 현장 지도를 강화해 프룬을 제주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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