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가 물이던 몸체…독성 빼고 소금에 절였더니 ‘고급 요리’ 재료가 됐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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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골칫거리 해파리의 재발견, 저칼로리 콜라겐 식품의 가치

해파리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여름철 해수욕장의 불청객으로 여겨지던 해파리가 어떻게 고급 중식당의 연회 요리나 잔칫상의 별미로 올라올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독을 제거하고 식감을 살리는 전통적인 가공 기술에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개체 수가 급증하는 해파리를 단순한 해양 폐기물이 아닌, 식품 및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그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독을 빼고 식감을 살리는 가공의 과학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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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상태의 해파리는 대부분 독성을 지니고 있어 그대로 섭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식용 해파리로 유통되는 제품은 소금과 백반(명반)을 이용한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의 핵심 원리는 삼투압과 단백질 변성이다. 먼저 다량의 소금을 사용해 해파리 몸체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을 삼투압 현상으로 빼낸다. 이 과정에서 해파리의 부패를 막고 기본적인 독성을 중화시킨다.

다음으로 백반을 첨가하는데, 이는 해파리의 주성분인 콜라겐 단백질을 단단하게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백반의 알루미늄 성분이 콜라겐 분자들을 서로 엮어주면서 흐물흐물하던 조직이 오독오독하고 쫄깃한 특유의 식감으로 변하게 된다.

수차례에 걸친 염장과 탈수, 응고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는 안전하고 맛있는 식재료로서의 해파리를 만날 수 있다.

어민의 골칫거리에서 식품업계의 기회로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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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의 대량 발생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어업인들에게 거대한 노무라입깃해파리 군집은 조업용 그물을 찢고 어획물을 폐사시키는 심각한 피해의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매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거 및 처리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반면 식품 가공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급증하는 해파리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원료 자원으로 주목한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기존에 식용이 어려웠던 노무라입깃해파리의 가공 기술을 개발하고, 특유의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면서 자원화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이는 어업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 역시 저칼로리 콜라겐 식품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점차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추세다.

가정에서 즐기는 안전하고 맛있는 활용법

염장 해파리
염장 해파리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시중에서 판매하는 염장 해파리는 이미 독성이 제거된 상태이므로 가정에서는 소금기 제거에만 집중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과정은 찬물에 충분히 담가 짠맛을 빼내는 것이다.

최소 3~4시간 이상 물에 담가두고 중간에 2~3회 물을 갈아주면 효과적이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미지근한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려 헹궈내면 더 빨리 짠 기운을 제거할 수 있다.

짠맛을 제거한 해파리는 끓는 물에 약 10~20초간 살짝 데치면 식감이 더욱 탱글탱글해지고 위생적으로도 안전하다. 데친 후에는 즉시 얼음물에 헹궈 열기를 식혀야 쫄깃함이 유지된다.

해파리냉채
해파리냉채 /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준비된 해파리는 오이, 당근 등 채소와 함께 겨자 소스에 버무려 해파리냉채로 즐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샐러드 토핑으로 올리거나 각종 볶음 요리에 마지막에 넣어 식감을 더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과거부터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던 해파리는 오늘날 기후 변화라는 환경적 문제와 맞물려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해양 생태계의 골칫거리라는 오명을 벗고 지속 가능한 식량 자원이자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업 피해를 줄이고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계속된다면, 해파리는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더욱 친숙하고 중요한 식재료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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