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월 제철 ‘전갱이’
남해안과 제주에서 사랑받는

한국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는 ‘각재기국’ 등 별미로 통하지만, 서울 수도권에서는 이름만 익숙할 뿐 맛본 이는 드물다는 생선이 있다. 바로 ‘전갱이’다.
고등어와 흡사한 외형을 가졌지만, 맛과 영양, 그리고 손질법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어종이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입질의추억TV 운영자)은 최근 영상에서 전갱이를 “감성돔과도 안 바꿀 별미”로 소개하며 그 매력을 강조했다.
‘가고도어’ – 자산어보가 인정한 맛

전갱이의 가치는 역사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저술한 어류 박물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전갱이를 ‘가고도어(假罟塗魚)’, 즉 ‘가짜 고등어’라고 기록했다.
‘가짜’라는 표현은 폄하가 아니라, ‘고등어와 비슷하지만 다른 종’임을 명확히 구분한 것이다. 정약전은 “맛이 고등어보다 낫다”고 분명히 기록함으로써, 전갱이가 단순한 아류가 아닌 독자적인 미식 가치를 지녔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는 현대까지 이어져, 남해안 지방에서는 일본명인 ‘아지(あじ)’로, 제주도에서는 ‘각재기’라는 방언으로 불리며 꾸준히 사랑받는 생선이다.
제주도의 ‘각재기국’은 이러한 향토색을 잘 보여준다. 전갱이와 얼갈이배추, 된장,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이 국물 요리는 제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해장국이자 향토 음식이다.
제철의 이중성 – 봄과 늦가을

전갱이의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1년에 두 번 찾아온다. 먼저 4월에서 6월 초여름까지는 산란을 준비하는 시기다. 이때 전갱이는 연안으로 접근하며 영양분을 최대로 축적해 큰 씨알과 풍부한 지방질을 자랑한다.
이 시기에는 구이용으로 특히 좋다. 반면 여름철은 산란 직후라 어획량은 많을 수 있으나 지방이 빠져 맛이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다.
이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에서 10월부터 다시 맛이 오르기 시작한다. 특히 동해안의 경우, 10월에서 12월 사이 월동을 준비하며 지방을 다시금 축적한다.
이 시기의 전갱이는 횟감으로 가장 품질이 좋은 최적기(제철)로 꼽힌다. 김지민은 날씨와 물때 영향을 많이 받지만, 하반기인 6월부터 12월까지가 주 어획 시기라고 설명했다.
고등어와 다른 영양학적 이점

전갱이는 대표적인 등푸른생선이면서도 고등어와는 다른 영양 구성을 보인다. 두 생선 모두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지만, 전갱이는 열량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고등어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반면 뼈 건강에 중요한 칼슘과 혈액 생성에 관여하는 철분 함량은 더 높고 비타민 E가 풍부하다.
수산물 전문가 김지민은 두 생선의 영양 성분을 비교하며 뚜렷한 차이점을 분석했다. 고등어는 EPA와 DHA 같은 불포화지방산 총량이 많고, 특히 비타민 A와 D가 풍부하다.
이 성분들은 칼슘 흡수를 돕고 시력을 보호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의 발육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반면 전갱이는 고등어 대비 열량과 지방이 낮으면서도, 뼈를 직접 구성하는 ‘칼슘’과 혈액 생성에 필수적인 ‘철분’ 함량이 높아 골밀도 저하나 빈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인, 특히 여성’에게 더욱 이로운 영양 구성을 제공한다.
핵심 영양소 타우린과 EPA

전갱이의 또 다른 강점은 특유의 감칠맛과 풍부한 타우린이다. 감칠맛 성분인 글루타메이트와 함께, 타우린 함량이 고등어나 꽁치보다 월등히 높아 주목받는다.
타우린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쓸개즙(담즙) 생성을 촉진해 간의 해독 작용을 돕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이로 인해 심장과 간 기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른 등푸른생선에 비해 총 지방 함량은 적지만, 전갱이는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을 충분히 함유하고 있다. 특히 EPA 함량이 주목받는데, 이는 체내에서 항염증 물질로 작용하여 혈관 건강을 지키고 혈액을 맑게 유지하며 중성지방 수치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손질의 핵심 ‘모비늘’과 온라인 구매

전갱이가 고등어와 시각적으로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몸 측면 꼬리 부분에 일렬로 늘어선 날카로운 비늘이다. ‘모비늘(Scute)’이라 불리는 이 비늘은 톱처럼 날카롭고 억세 손질 시 반드시 제거해야 하며, 이 작업이 다소 까다로울 수 있다. 이 모비늘은 전갱이가 빠르게 헤엄칠 때 물의 저항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전갱이는 통영, 포항, 마산, 여수 등 남해안 및 경북 지역 시장에서 주로 소비되었으나,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배송이 활발해졌다.
전갱이는 고등어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맛과 영양, 제철 시기까지 뚜렷한 개성을 지닌 생선이다. 과거 남해안 미식가들의 별미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발달된 배송 시스템 덕분에 전국 어디서나 그 맛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10월에서 12월 사이, 월동을 앞두고 가장 맛이 오른 전갱이 회나 구이를 통해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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