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이면 유산균 다 죽을까?”… 김치찌개, 포스트바이오틱스 효능과 생김치 유산균 효과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끓여도 영양 손실 걱정 없는 김치찌개 속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역할

김치찌개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찌개를 끓일 때마다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의문을 품는다. 김치에 풍부하다는 유익한 유산균이 뜨거운 열에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다.

결론적으로, 살아있는 유산균은 사멸하지만 그 건강 효과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치찌개는 생김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며, 그 중심에는 최근 주목받는 ‘포스트바이오틱스’가 있다.

김치찌개 속 면역 조절 물질

김치
쟁반에 놓인 김치 / 푸드레시피

김치찌개를 끓이는 70℃ 이상의 고온에서는 대부분의 김치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가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유산균이 죽으면서 남긴 유산균 사균체와 그 대사산물은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 이들을 총칭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는 그 자체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 유익한 신호를 보내는 물질이다.

이 사멸했지만 유익한 유산균 성분은 장벽의 면역세포를 직접 자극하여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고 균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세계김치연구소 또한 김치를 가열해 섭취해도 유산균의 사균체가 면역 조절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무의미하지 않다고 밝힌다.

따라서 김치찌개를 먹는 행위는 살아있는 균이 아닌, 면역 체계를 돕는 물질을 섭취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치 유산균 공식 데이터

김치찌개
냄비에 끓인 김치찌개 / 게티이미지뱅크

김치의 유산균 함량은 숙성 단계에 따라 극적인 변화를 보인다. 세계김치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갓 담근 김치의 유산균 수는 그램(g)당 1만에서 10만 마리 수준에 머무른다. 하지만 김치냉장고와 같은 저온 환경에서 서서히 발효되면서 유산균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맛과 식감이 가장 뛰어난 ‘적숙기’(약 2개월 전후)에 이르면 유산균 수는 g당 최대 10억에서 100억 마리까지 치솟는다.

이 시기 김치에는 시원한 맛을 내는 류코노스톡과 깊은 감칠맛을 내는 락토바실러스 속 유산균이 풍부하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 신맛이 강해지는 과숙기 단계에 접어들면 유산균의 종류가 바뀌며 전체적인 수는 점차 줄어든다.

생김치와 김치찌개 효능 비교

김치찌개
접시에 담긴 김치찌개 / 푸드레시피

결국 김치를 섭취하는 방식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주요 건강 효과가 달라진다. 살아있는 김치 유산균, 즉 프로바이오틱스의 섭취를 극대화하고 싶다면 적숙기 김치를 생으로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렇게 섭취한 유익균은 장까지 도달하여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소화 활동을 돕는 등 직접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반면, 뜨겁게 끓인 김치찌개를 통해서는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신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긍정적으로 자극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기보다, 서로 다른 이점을 제공하는 셈이다.

신김치를 사용하는 전통의 지혜

신김치
접시에 담긴 신김치 / 게티이미지뱅크

오랜 시간 우리 조상들이 김치찌개를 끓일 때 갓 담근 김치가 아닌 푹 익은 신김치나 묵은지를 사용한 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김치가 오랜 시간 발효되는 동안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은 젖산을 비롯한 풍부한 유기산을 생성한다.

바로 이 유기산들이 김치찌개 특유의 깊고 복합적인 신맛과 감칠맛을 만들어내는 핵심 성분이다. 동시에, 이 유기산과 풍부하게 축적된 유산균 사균체들은 우리 몸에 유익한 포스트바이오틱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맛을 위해 신김치를 선택한 전통적인 조리법 속에 면역력까지 고려한 영양학적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김치찌개
냄비에 끓이는 김치찌개 / 푸드레시피

김치는 생으로 먹든, 찌개로 끓여 먹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 몸에 이로움을 준다. 잘 익은 생김치를 통해서는 장 건강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뜨끈한 김치찌개를 통해서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포스트바이오틱스를 섭취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다채로운 김치 요리를 통해 두 가지 유익한 효과를 골고루 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