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액젓 없이도 깊은 맛 난다… 20년차 주부도 놀란 ‘단맛·감칠맛’ 동시에 잡는 식재료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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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버섯·구아닐산으로 깊은 맛
멸치·다시마 육수로 감칠맛 상승

김장
김장 / 게티이미지뱅크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감칠맛’이다. 전통적으로 이 맛은 멸치젓이나 새우젓 등 발효된 젓갈류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젓갈 특유의 비린 향이나 높은 나트륨 함량은 특정 소비자층에게 부담이 된다. 최근에는 액젓을 사용하지 않고도 천연 재료만으로 깊은 맛을 내는 건강한 김치 제조법이 주목받는다.

표고버섯·양파, 천연 감칠맛

표고버섯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말린 표고버섯은 ‘천연 조미료’라 불릴 만큼 강력한 감칠맛의 원천이다. 이는 표고버섯에 풍부한 ‘글루탐산(Glutamic acid)’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성분은 건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구아닐산(Guanylic acid)’이다.

구아닐산은 핵산계 조미료의 일종으로, 그 자체로도 감칠맛을 내지만 다른 성분과 만났을 때 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지근한 물에 2~3시간 불려낸 표고버섯 우린 물을 양념에 사용하면, 김치 맛이 깊고 부드러워지며 발효가 진행되어도 맛의 변질이 적다.

양파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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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즙은 단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보충한다. 양파는 가열하거나 즙을 내면 ‘프로필 메르캅탄’과 같은 황 화합물이 분해되며 자연스러운 단맛과 풍미가 강해진다.

이는 설탕의 인위적인 단맛과 달리 훨씬 은은하며, 김치의 풋내를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강판이나 믹서로 갈아 즙을 낸 뒤 양념에 혼합하며, 특히 백김치나 열무김치처럼 맵지 않고 시원한 맛을 강조하는 김치에 활용도가 높다.

멸치 육수 활용

멸치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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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시마 육수는 액젓의 맛을 대체하는 시원한 맛의 핵심이다. 멸치에는 ‘이노신산(Inosinic acid)’이, 다시마에는 ‘글루탐산’이 풍부하다.

앞서 언급된 표고버섯의 ‘구아닐산’과 이 두 성분이 결합하면, 감칠맛은 단독으로 존재할 때보다 수십 배 강하게 느껴지는 ‘맛의 상승효과’가 발생한다.

육수를 낼 때는 비린 맛을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다. 멸치를 오래 끓이면 쓴맛과 비린내가 배어 나오므로, 물이 끓기 시작한 후 5분에서 7분 이내에 건져내는 것이 좋다. 완성된 육수는 반드시 차갑게 식혀 양념에 혼합해야 김치가 무르지 않고 아삭함을 유지할 수 있다.

저염 김치, 건강과 시장의 변화

김장
김장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천연 재료의 조합은 나트륨 섭취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시판되는 멸치 액젓 100g의 나트륨 함량은 약 8,000mg(염분 20g 이상)에 달한다.

2025년 현재 한국인의 1일 나트륨 섭취량은 3,000mg 수준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인 2,000mg을 크게 초과한다. 이는 고혈압, 신장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액젓 대신 천연 육수와 즙을 사용하는 저염 김치는 만성질환자나 건강관리에 민감한 소비자에게 필수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또한, 비린 맛에 민감한 어린이나 외국인에게도 K-푸드로서의 김치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김치에서 액젓을 배제하는 것은 단순히 비린 맛을 줄이는 것을 넘어, 나트륨 섭취를 관리하는 건강한 식습관의 일환이다.

표고버섯, 양파, 멸치 육수 등 천연 재료의 조합은 젓갈 없이도 김치 고유의 깊은 맛과 발효미를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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