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타고 뜬 한국산 깻잎

최근 일본 도쿄의 한 한국 식재료 전문점 ‘한국광장’은 주말마다 현지인들로 붐빈다. 매장에는 K-팝 음악이 흐르고, 진열대에는 한국산 라면, 과자, 고춧가루, 젓갈 등 익숙한 가공식품이 가득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소비자들의 발길이 집중되는 곳은 다름 아닌 신선식품 코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요코하마에서 방문한 40대 일본인 고객 마츠모토 씨는 떡볶이, 당면 등과 함께 깻잎, 무 등 신선 채소를 카트에 담았다.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 요리를 자주 해 먹는다는 그는 도쿄 방문 시마다 이곳에서 신선 재료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한국광장’의 백계훈 과장 역시 과거 과자나 라면 중심이던 소비가, 최근 깻잎이나 미나리처럼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신선 농산물로 눈에 띄게 이동했다고 전했다.
깻잎과 시소의 차이, 새로운 맛의 발견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깻잎’이 있다. 깻잎은 쌈 채소, 장아찌, 김치 등 한국 식탁의 상징과도 같은 식재료다. 들깨 자체는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그 생잎을 식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문화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깻잎은 오랫동안 ‘한국인만 먹는 독특한 채소’로 여겨졌다.
일본에도 ‘시소(Shiso, 차조기)’라는 깻잎과 유사한 잎채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둘은 식물학적 분류만 비슷할 뿐, 맛과 향, 활용법에서 완전히 다르다.
2025년 기준 식품 정보에 따르면, 일본의 시소는 잎이 더 작고 향이 상쾌하며(민트나 아니스와 유사), 주로 스시나 회에 곁들여 살균 효과를 얻거나 요리의 향을 내는 가니시(garnish)로 소량 사용된다.
반면 한국의 깻잎은 잎이 크고 식감이 있으며, 후추와 고수를 섞은 듯한 더 강하고 복합적인 향을 지녔다. 이 독특한 향이 고기(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잡아주거나, 감자탕의 잡내를 제거하는 핵심 재료로 쓰인다.
과거 강한 향에 익숙지 않던 일본인들에게 깻잎은 도전적인 식재료였으나, 한류 콘텐츠를 통해 쌈 문화와 한식을 접하며 ‘새로운 맛’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나리 삼겹살’ 현지 언론도 주목

깻잎과 함께 ‘대반전’을 이룬 또 다른 채소는 미나리다. 최근 도쿄 중심가를 기점으로 ‘미나리 삼겹살’이 폭발적인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불판 위 삼겹살 기름에 미나리를 함께 구워 먹는 방식이다. 현지 언론(TBS ‘히루오비’ 등)에서는 이를 ‘K-푸드 신풍경’으로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는 일본 내 미나리 수요 급증으로 이어졌다. 2024년 및 2025년 상반기 보도에 따르면, 일본 현지 미나리 도매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지역(미야기현 등)에서는 농가에 미나리 재배를 독려할 정도로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는 한류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현지의 식문화와 농업 시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 확대의 기회와 공급망의 과제

이러한 신선 농산물의 인기는 한국 농산물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다. 기존의 라면, 김을 넘어 한국의 대표 건강식품인 홍삼 등 인삼류가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으로의 인삼류 수출액은 3406만 달러(약 470억 원)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이상기후로 인한 국내 농산물 수급 불안정은 수출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생산량이 감소하면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도쿄지사장은 국내 수급 불안이 수출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기후 영향이 적은 스마트팜 확산과 안정적 생산을 위한 품종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때 한국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깻잎과 미나리가 일본 식탁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한류가 이끄는 식문화의 장기적 변화를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흐름을 안정적인 수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스마트팜 기반 확충 등 근본적인 공급망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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