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참당귀’ 미국 HMC 등재 발표
K-생약, 글로벌 품질 표준 인정 쾌거

예로부터 여성 건강을 위한 대표 약재로 알려진 한국 토종 식물 참당귀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공식 규격집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한국 생약이 국제적인 품질 표준을 인정받은 첫 사례로, K-생약의 세계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미국 약전위원회(USP)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 자생종인 참당귀(Angelica gigas)가 미국 생약 규격집(Herbal Medicines Compendium, HMC)에 공식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HMC는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생약의 성분, 함량, 품질 관리 기준 등을 수록한 공신력 있는 규격서로, 여기에 등재된다는 것은 해당 원료가 의약품으로서의 품질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음을 의미한다.
까다로운 미국 시장의 문, 품질로 열다

이번 등재의 가장 큰 성과는 국내 기업의 미국 수출 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황청심원, 은료산 등 참당귀를 원료로 사용하는 한약제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품질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방대한 자료를 별도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참당귀가 HMC에 등재됨에 따라 이러한 절차 없이도 원료의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어 수출 과정이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이번 등재를 계기로 미국 수출을 원하는 국내 업계와 소통하며 국산 생약 원료가 HMC에 지속적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광동제약 김현정 천연물의약 R&D 센터장 역시 “전통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대표 품목인 참당귀의 등재가 국내 생약 산업 활성화와 미국 시장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표했다.
‘여성의 약초’를 넘어, 과학이 주목하는 ‘데쿠르신’

특유의 짙은 자줏빛 줄기가 특징인 참당귀는 미나리과에 속하는 식물로, 산골짜기의 서늘하고 습한 곳에서 1~2m 높이로 자란다.
전통적으로 이 식물의 두꺼운 뿌리를 약재로 사용해왔는데, 특히 여성 건강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여성을 위한 약초’라는 명성을 얻었다.
한의학에서는 참당귀가 혈액 생성을 돕고(보혈, 補血),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활혈, 活血), 뭉친 피(어혈, 瘀血)를 풀어주는 효능이 뛰어나 월경 불순, 생리통, 빈혈, 산후 회복 등 각종 부인과 질환에 필수적인 약재로 여겨왔다.

현대 과학은 이러한 전통적 지혜가 단순한 경험의 산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참당귀의 핵심 활성 성분은 데쿠르신(Decursin)과 데쿠르시놀 안겔레이트 등으로, 이 성분들이 혈류를 개선하고 혈소판이 뭉치는 것을 억제하며, 강력한 항염증 및 뇌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흔히 참당귀를 일본 품종인 일당귀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은 효능과 쓰임새가 다르다.
약효 성분인 데쿠르신 함량이 월등히 높은 참당귀는 뿌리를 주로 약용으로 사용하는 반면, 일당귀는 상대적으로 향이 부드러워 잎과 줄기를 쌈 채소나 나물로 즐겨 먹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K-생약, 세계를 향한 도약의 시작

이번 참당귀의 미국 생약 규격집 등재는 단순히 하나의 품목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수천 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전통 생약 자원이 세계적인 과학 기술과 만나 그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는 인삼, 홍삼에 이어 K-생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내 관련 산업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번 성공을 시작으로 더 많은 우리 고유의 약용 식물들이 체계적인 연구와 표준화를 통해 세계인의 건강에 기여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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