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사과 출하 지연에 병충해까지,
정부 “추석 수급 안정” 발표에도 시장 불안감은 최고조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차례상과 선물 바구니의 ‘얼굴’인 사과 가격이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이미 작년의 ‘금사과’ 대란을 떠올리게 하는 가격표가 붙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불안감과 달리 정부는 “추석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생산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정반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사과 10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2만 5천 원을 훌쩍 넘어서며 1년 전보다 4천 원 이상 급등했다.
8월 하순은 본래 정부 비축 물량이 소진되고 조생종 품종의 출하가 마무리되면서 가격이 오르는 시기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유독 심각하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5월 발생한 이상 저온 현상으로, 이달 초 시장에 풀렸어야 할 햇사과의 생육이 지연되며 본격적인 출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역시 이달 사과 출하량이 작년보다 약 5.7%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며 공급 부족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사과연합회 박연순 사무국장은 “장기간의 폭염으로 조생종 생산량이 줄고, 추석 주력 품종인 홍로는 과실 크기가 작아 전체적인 출하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일시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는 늦은 추석(9월 말) 덕분에 9월 이후 농가의 출하 의향이 높고 전반적인 작황도 양호해 추석 성수품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계약 재배 물량 등 가용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가격 안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사과 주산지인 경북 북부 지역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농가들은 올 한 해 내내 이어진 자연재해로 신음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재앙은 탄저병의 확산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강수량이 30~40%가량 늘어난 데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탄저병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이미 안동, 영덕 등 일부 과수원에서는 수확을 앞둔 사과에 검은 반점이 번지며 상품 가치를 잃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탄저병은 한번 발생하면 방제가 어렵고 빠르게 번져 수확량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이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북 지역 사과 농가들은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축구장 수백 개 넓이의 과수원(1560ha)을 잃었다.

곧이어 4월 초, 꽃이 피는 시기에는 때아닌 이상 저온 현상이 덮쳐 전국적으로 5000ha가 넘는 사과밭이 냉해를 입었다. 5월 말에는 기습적인 우박이 쏟아져 막 자라기 시작한 열매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결국 현재의 사과 가격 급등은 단순히 출하 시기가 늦어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연초부터 누적된 구조적인 생산 기반 붕괴의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9월 이후 본격 출하될 홍로의 작황을 근거로 수급 안정을 자신하고 있지만, 연이은 재해와 확산되는 병충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마주한 농가의 현실은 그 전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의 시름과, 명절을 앞두고 치솟는 과일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의 한숨 속에서 올가을 ‘금사과’의 공포는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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