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시아닌 풍부한 천연 피로회복제와 전통적 효능

여름의 끝자락, 지친 기력을 보충해 줄 자연의 선물이 우리 산야에서 검붉은 보랏빛으로 익어간다. 바로 블루베리의 사촌 격인 ‘토종 블루베리’, 정금나무 열매다.
이름조차 생소할 수 있지만,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기력이 쇠할 때 찾는 귀한 약재이자 천연 피로회복제로 사랑받아 온 숨겨진 보물이다. 볕이 잘 드는 낮은 산기슭에서 자라는 정금나무는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작고 둥근 열매를 맺는다.
짙은 자주색으로 익어가는 열매는 새콤달콤한 맛과 함께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가득 품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특별한 슈퍼푸드로 재조명받고 있다.
우리 산야에 숨겨진 보랏빛 슈퍼푸드

정금나무(Vaccinium oldhamii)는 우리나라 전역의 산지에서 자생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가 흔히 아는 블루베리와 같은 산앵두나무속(Vaccinium)에 속하는 가까운 친척이다.
이 때문에 ‘코리안 블루베리(Korean Blueberry)’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늦여름에 접어들면 녹색이던 열매는 점차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며 탐스럽게 익어간다. 잘 익은 열매는 기분 좋은 새콤달콤함과 함께 타닌 성분에서 오는 약간의 떫은맛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풍미를 낸다.
단순한 과실을 넘어, 그 안에 담긴 풍부한 영양소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귀한 식재료이자 약재로 활용되어 왔다.
안토시아닌 풍부한 천연 피로회복제

정금나무 열매가 짙은 보랏빛을 띠는 이유는 바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 덕분이다.
블루베리보다도 풍부하다고 알려진 이 성분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의 노화를 막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돕는다.
원활한 혈액순환은 신체 각 기관에 영양과 산소를 효율적으로 공급하여 만성 피로를 해소하고 활력을 되찾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효능 때문에 민간요법에서는 정금나무 열매를 허약한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강장제(强壯劑)로 귀하게 여겼다. 기력 회복에 좋아 부부의 금실을 돈독하게 한다는 속설 또한 이러한 전통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간과 신장의 기능을 도와 체내 독소 배출을 돕는 효과도 있다고 본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활용법

정금나무 열매를 즐기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 중 하나는 담금주다.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열매를 소주나 담금용 증류주에 넣어 6개월 이상 숙성시키면, 알코올이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해내 깊은 맛과 향을 지닌 약주가 완성된다.
현대에 와서는 활용법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특유의 새콤한 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보다는 우유나 요거트, 꿀, 그리고 사과나 배처럼 단맛이 나는 과일과 함께 갈아 주스나 스무디로 즐기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설탕과 함께 조려 잼이나 청을 만들어두면 빵에 발라 먹거나, 탄산수에 섞어 시원한 에이드로 마시기에도 좋다. 이렇게 만든 시럽은 플레인 요거트나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 훌륭한 디저트를 완성한다.

다만, 약효가 뛰어난 만큼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야생 열매이므로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주어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소량만 맛보는 것이 좋다. 특히 임산부나 어린이,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섭취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권장된다. 정금나무 열매는 먼 곳에서 온 수입 과일이 아닌, 우리 땅의 기운을 받고 자란 토종 슈퍼푸드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 우리 곁에서 익어가는 이 보랏빛 보석에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이 주는 천연 피로회복제로 지친 몸에 활력을 선물하고, 우리 토종 식재료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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