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거칠지만” 멍든 데 특효, ‘땅속의 삼’이라 불린 쉽싸리 100% 활용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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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습지에서 꽃 피우는 약초이자 나물
낯선 이름 뒤에 숨겨진 쉽싸리의 효능과 활용법

쉽싸리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우리나라 산과 들에는 ‘깽깽이풀’, ‘속썩은풀’처럼 독특한 이름으로 불리는 식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쉽싸리’는 거친 어감 탓에 이름만 듣고는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식물이다.

하지만 이 낯선 이름 뒤에는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쌉쌀한 나물이자, 멍들고 붓는 데 쓰이던 귀한 약초로서의 반전 매력이 숨어있다. 지금 습지에서 한창 흰 꽃을 피우고 있는 쉽싸리의 진면목을 알아본다.

네모난 줄기와 흰 꽃, 습지의 주인 쉽싸리

쉽싸리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Lycopus lucidus)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연못을 뜻하는 한자 ‘소(沼)’에서 변형되었다는 설과 소를 방목하는 곳에서 자라 붙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주로 산골짜기 습한 땅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데,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바로 꿀풀과 식물의 대표적 특징인 네모난 단면의 줄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쉽싸리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약 1m까지 곧게 자라는 줄기에는 잎자루 없이 긴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며, 7월에서 8월 사이에는 잎겨드랑이에 층층이 모여 피는 자잘한 흰색 꽃을 볼 수 있다.

땅속에서는 굵고 흰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으며 번식하는데, 그 모습과 가치 덕에 ‘지삼(地參)’, 즉 ‘땅속의 삼’이라는 귀한 이름으로도 불렸다.

‘땅속의 삼’부터 밥상 위 나물까지

쉽싸리 나물무침
그릇에 담긴 쉽싸리 나물무침 / 푸드레시피

싸리는 훌륭한 식재료이자 구황식물이었다. 1945년 발간된 ‘조선의 구황식물과 식용법’에는 ‘땅속줄기의 흰 뿌리는 절여서 김치를 담가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삼’이라는 이름처럼 척박했던 시절, 땅속의 영양가 높은 뿌리는 귀한 식량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는 주로 이른 봄과 여름에 올라오는 연한 순을 나물로 즐긴다. 특유의 아린 맛이 있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궈 사용하는 것이 좋다.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내음이 돌아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주는데, 된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데친 쉽싸리를 고추장과 비벼 먹거나, 간장 장아찌로 담가두고 먹어도 별미다.

‘택란’이라는 이름의 약초

쉽싸리
쉽싸리 / 국립생물자원관

쉽싸리는 한방에서 ‘택란(澤蘭)’이라는 약재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풀어주는 효능이 뛰어나 타박상으로 멍들거나 붓고 아플 때 주로 사용했다. 상처 부위의 염증이나 종기를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효능은 쉽싸리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베타-시토스테롤(β-sitosterol)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 덕분이다.

이 성분들은 혈류 개선, 항염증, 상처 회복 과정에 셔널리 알려져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도 택란 추출물의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에 대한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택란은 자궁을 수축시키는 작용이 있을 수 있어 임산부의 섭취는 피해야 하며, 따뜻한 성질을 지녔다고 보아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았다.

이름이 낯설다는 이유로 스쳐 지나갔던 습지의 풀 한 포기가, 알고 보면 굶주림을 달래주던 구황식물이자 통증을 다스리던 약초였다. 쉽싸리는 이름 너머에 담긴 우리 땅 식물의 귀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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