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비슷하게 생겼네”… 체리 닮았지만 전혀 다른 여름 한정 과일 ‘버찌’의 효능과 주의 사항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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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가득한 제철 과일 버찌, 먹기 전 알아둬야 할 사실들

버찌
버찌 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위가 한창인 8월, 공원 산책로나 아파트 단지를 거닐다 보면 바닥을 검붉게 물들인 작은 열매와 마주치게 된다. 봄날 화사한 꽃으로 세상을 밝혔던 벚나무가 여름 내내 조용히 맺어온 결실, 바로 버찌다.

반짝이는 모양새가 체리와 닮아 무심코 손이 가지만, 이 친숙한 열매를 둘러싼 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리가 먹는 달콤한 체리도 버찌의 일종이지만, 길가의 버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리가 먹는 체리 vs 길가의 버찌

버찌
그릇에 담긴 체리 / 푸드레시피

우리가 과일 가게에서 사 먹는 탐스러운 ‘체리’는 버찌의 한 종류로, 식용을 위해 개량된 품종이다. 크게 단맛이 강한 스위트 체리(단버찌, Prunus avium)와 신맛이 특징인 타트 체리(신버찌, Prunus cerasus)로 나뉜다.

스위트 체리는 주로 생과로 소비되고, 신맛이 강한 타트 체리는 잼, 주스, 파이 등 가공용으로 널리 쓰인다.

반면, 도심 가로수로 흔히 심는 왕벚나무 등에서 열리는 버찌는 꽃을 보기 위해 개량된 관상용 품종의 열매다. 이들은 식용 품종에 비해 과육이 매우 적고 시고 떫은맛이 강해 식용으로는 거의 가치가 없다.

과거부터 자생해 온 ‘흑앵’이라 불리는 토종 야생 버찌 역시 즙이 적어, 술을 담그거나 조청처럼 졸여 ‘버찌편’을 만들어 먹는 등 가공을 거쳐 활용해왔다.

안토시아닌의 보고(寶庫), 작지만 강한 영양

체리주스
식탁에 놓인 체리주스 / 푸드레시피

비록 길가의 버찌는 맛이 없지만, 식용으로 재배된 버찌는 영양학적으로 매우 뛰어난 여름 과일이다.

2018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국내산 버찌는 풍부한 수분과 함께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찌의 짙고 검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의 활성산소를 제거해 세포 노화를 막고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버찌의 항염 효과는 관절염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09년 미국 베일러연구협회는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8주간 타트체리 주스를 섭취한 후 관절 통증과 경직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발표하며 버찌의 효능을 입증했다.

길가 버찌, 함부로 입에 대면 안 되는 이유

버찌
길가에 떨어진 버찌 / 푸드레시피

그렇다면 길가에 떨어진 버찌를 주워 먹는 것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절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명백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외부 오염 문제다. 도심의 가로수나 공원 수목은 해충 방제를 위해 정기적으로 농약과 살충제를 살포한다.

또한,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중금속과 미세먼지를 고스란히 흡수하며 자란다. 이러한 유해 물질은 열매 표면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흡수될 수 있어,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버찌
버찌 열매 / 푸드레시피

둘째는 씨앗에 숨겨진 자연 독소다. 벚나무를 포함한 장미과 식물의 씨앗에는 ‘아미그달린(Amygdalin)’이라는 시안배당체 화합물이 들어있다.

이 성분 자체는 무해하지만, 씨앗이 부서지거나 씹혔을 때 체내 효소와 반응해 ‘시안화수소(Hydrogen Cyanide)’라는 맹독성 물질을 생성한다. 시안화수소는 세포의 산소 사용을 막아 세포 독성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독이다.

특히 호기심 많은 반려동물이 산책 중 떨어진 버찌를 통째로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과육은 문제가 없더라도 씨앗을 깨물어 씹는 과정에서 아미그달린이 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반려견이 버찌를 먹고 호흡 곤란, 동공 확장, 밝은 적색의 잇몸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즉시 동물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어린아이가 많은 양의 씨앗을 씹어 삼킬 경우 위험할 수 있다.

눈으로만 즐겨야 할 여름의 풍경

버찌나무
나무에 열린 버찌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봄의 벚꽃이 시각적 즐거움을 주듯, 여름의 버찌는 그 결실을 보여주는 자연의 순리다. 식용으로 잘 개량된 체리는 우리에게 풍부한 영양을 제공하는 훌륭한 과일이지만, 그와 닮았다는 이유로 길가의 버찌까지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 된다.

농장에서 안전하게 재배된 버찌(체리)는 얼마든지 즐기되, 길가나 공원의 버찌는 야생 동물의 먹이로 양보하고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익숙한 풍경이라는 이유로 잠재된 위험까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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