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울린 골칫거리 ‘환삼덩굴’ 알고 보니 탈모 예방에 효과있는 약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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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환삼덩굴, 골칫거리에서 약재까지

환삼덩굴
환삼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의 끝자락, 밭둑과 강변, 심지어 도심의 빈터까지 무서운 기세로 점령하는 녹색 덩굴이 있다.

줄기에 돋친 날카로운 가시로 살갗을 할퀴고, 가을이면 지독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농민과 도시민 모두의 골칫거리, 바로 환삼덩굴이다.

급기야 2019년, 우리나라 자생 식물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생태계 교란 생물’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하지만 이토록 지독한 잡초가 한때는 밥상 위 별미 나물이자 귀한 약재였고, 최근에는 탈모 예방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가장 성공한 잡초, 그 지독한 생존력의 비밀

환삼덩굴
환삼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환삼덩굴(Humulus japonicus)은 삼과에 속하는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한반도에 보리가 유입될 무렵 들어와 수천 년간 함께해 온 사실상의 토착 식물이지만, 그 압도적인 번식력과 피해 탓에 외래종과 같은 관리를 받게 된 특이한 사례다.

환삼덩굴의 가장 큰 무기는 네모난 줄기와 잎자루에 촘촘히 박힌 갈고리 모양의 거친 가시다.

이 가시를 이용해 다른 식물이나 구조물을 붙잡고 빠르게 기어오른 뒤, 5~7갈래로 갈라진 넓은 손바닥 모양의 잎으로 주변을 빽빽하게 뒤덮어 버린다.

이렇게 환삼덩굴에 점령당한 식물은 햇빛을 전혀 받지 못하는 ‘피압(smothering)’ 상태에 빠져 결국 고사하고 만다. 심지어 7~8월에 피는 꽃은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날려 가을철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꼽히니,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라 불릴 만하다.

쓸모없음의 반전, 밥상과 약재를 넘나들다

환삼덩굴 나물무침
그릇에 담긴 환삼덩굴 나물무침 / 푸드레시피

이토록 골치 아픈 환삼덩굴이지만,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기 전의 어린 순은 훌륭한 나물 재료가 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가시를 부드럽게 만든 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식감은 다소 거칠지만 특유의 쫄깃함이 매력이다. 데친 순을 된장이나 간장, 참기름으로 무쳐내면 훌륭한 밥반찬이 되고, 밀가루와 섞어 전을 부치면 향긋한 별미가 된다.

약재로서의 가치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한방에서는 환삼덩굴을 ‘율초(葎草)’라 부르며 혈압을 낮추고, 몸의 습기를 제거하며,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해왔다.

환삼덩굴 잎
환삼덩굴 잎 / 국립생물자원관

이러한 효능은 환삼덩굴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 루테올린과 같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 덕분이다. 이 성분들은 체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손상된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환삼덩굴의 가치를 입증하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23년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는 환삼덩굴 추출물이 탈모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환삼덩굴
환삼덩굴 /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소에 따르면 환삼덩굴에서 추출한 폴리페놀 물질이 모발의 생존 주기를 늘리고, 두피 세포의 염증을 줄여 탈모 증상 개선에 기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뽑아내기 바빴던 잡초가 이제는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지독한 잡초에서 밥상의 별미로, 다시 첨단 바이오 소재의 원료로. 환삼덩굴의 변신은 우리 주변의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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