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뿌리내리면 수십 년 살아남는 채소”… 산골 사람들의 필수 식재료였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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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부추보다 진한 향과 아삭함
맹독성 은방울꽃과 구별법은 필수

두메부추 꽃
두메부추 꽃 / 국립생물자원관

늦여름 산길을 걷다 보면 바람결에 힘차게 흔들리는 짙은 초록빛 잎사귀 무리를 만날 때가 있다. 대파처럼 굵지도, 쪽파처럼 가늘지도 않은 그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바로 척박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자라 산골 사람들의 밥상을 지켜온 귀한 채소, 두메부추다. 한번 뿌리내리면 해마다 새순을 올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그 자리를 지키니, 텃밭에 심어두면 마치 연금처럼 든든한 식재료가 되어준다.

척박한 땅에서 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

두메부추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두메부추(Allium senescens)는 과거 백합과로 분류되었으나, 현재는 수선화과(Amaryllidaceae)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한국 전역의 산과 들, 특히 바람이 많은 고지대에서도 깊게 뿌리내려 꿋꿋하게 살아남는다.

이 강인함의 비밀은 땅속 뿌리에 있다. 겨울 동안 뿌리에 양분을 저장해두었다가 봄이 되면 그 힘으로 다시 새순을 틔우기 때문에, 매년 씨앗을 뿌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강인한 생명력을 야생에서 만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두메부추의 잎은 맹독성 식물인 은방울꽃과 매우 흡사해 혼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향’이다.

두메부추의 잎을 살짝 꺾거나 비비면 즉시 진한 마늘과 부추 향이 올라온다. 반면 은방울꽃의 잎에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야생에서 두메부추를 채취할 때 향을 확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규칙이다.

또한, 두메부추의 잎은 가늘고 긴 선 형태인 반면, 은방울꽃 잎은 넓은 타원형으로 뿌리에서 보통 2장이 마주 보며 자라는 점도 외형적 차이점이다.

톡 쏘는 향의 비밀, 알리신과 미식 활용법

두메부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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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부추 특유의 톡 쏘는 맛과 강렬한 향의 근원은 알리신(Allicin) 성분이다. 흥미롭게도 알리신은 본래 식물체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잎을 자르거나 씹는 등 조직이 손상되는 순간, 식물 안에 있던 ‘알리인(Alliin)’이라는 물질이 ‘알리나아제(Alliinase)’라는 효소와 만나 반응하며 비로소 알리신으로 변환된다.

이는 해충이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화학적 방어 시스템으로, 바로 이 성분이 혈액순환을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등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강한 향과 두껍고 단단한 잎의 조직은 두메부추를 요리에서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일반 부추보다 잎이 쉽게 무르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오래가기 때문에, 열을 가하는 요리나 저장 음식에 탁월한 장점을 보인다.

한번 뿌리내리면 계속되는 나눔

두메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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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부추를 텃밭에서 기르는 것은 매우 쉽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은 물론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며, 오히려 흙에 자갈이 섞여 배수가 잘되는 척박한 환경에서 더 튼튼하게 뿌리내린다.

수확은 잎이 20~30cm 정도 자랐을 때 시작하며, 이때 뿌리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땅에서 3~4cm 윗부분을 잘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만 살아있으면 곧바로 새순이 돋아나 한 해에도 여러 차례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수확한 두메부추는 신문지에 싸서 냉장 보관하면 3~4일간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살짝 데쳐 물기를 짠 뒤 냉동하거나, 장아찌로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텃밭의 지혜이자 자연의 선물

두메부추 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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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부추는 단지 맛있는 나물이자 채소 그 이상이다. 한 번의 수고로 오랜 시간 수확의 기쁨을 주는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품고 있으며,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진한 향과 맛 속에는 자신을 지키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고, 그 활용법에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텃밭 한편에 두메부추 한 포기를 심는 것은 단순한 재배를 넘어, 자연이 주는 꾸준하고 믿음직한 선물을 곁에 두는 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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