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중국도 없어?…오직 한국에서만 통하는 ‘제철 해산물’ 별미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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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에 생선회 말아먹는 문화
한국에만 있는 3가지 비밀

물 회
물 회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만 되면 속초와 강릉, 포항 해안가 물회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얼음 동동 뜬 새빨간 국물에 생선회를 말아먹는 물회는 한국의 대표 여름 별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생선회를 즐기는 일본이나 중국에는 물회와 비슷한 음식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왜 유독 한국에서만 물회가 발달했을까. 한국인의 냉수 문화부터 발효 양념의 항균 효과까지, 물회 뒤에 숨은 음식 과학과 문화적 배경을 살펴봤다.

강원도 어부들이 배 위에서 만든 즉석 식사

물 회
물 회 / 게티이미지뱅크

물회는 강원도 동해안 어부들이 배 위에서 즉석으로 만들어 먹던 뱃일 음식에서 시작됐다. 잡은 생선을 바로 썰어 냉수에 고추장과 채소를 넣고 비벼 먹던 간편식이었다. 신선한 해산물을 빠르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방식이었던 셈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동해안 피서지가 개발되면서 물회는 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냉장 기술이 발달하고, 얼음을 넣어 차갑게 먹는 방식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형태로 진화했다.

1980년대 말에는 산 오징어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음식점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포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대중화됐다.

지금은 속초, 강릉뿐 아니라 포항, 울진, 통영, 부산, 제주까지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물회가 발달해 있다. 광어와 우럭, 오징어, 전복, 멍게, 해삼 등 지역 특산 해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물회가 여름철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은 간장에 찍고, 중국은 14세기에 회 문화 사라져

오징어 회
오징어 회 /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은 세계적인 생선회 강국이지만, 물회 같은 조리법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간장과 와사비에 찍어 먹거나, 초밥처럼 밥과 함께 먹는 방식이 주류다.

일부 간스이 지역에 국물형 회가 극히 드물게 존재하지만, 보편화되지 않았다. 반면 한국은 냉수에 고추장을 풀고 채소를 듬뿍 넣어 비벼 먹는 독특한 방식을 발달시켰다.

중국은 더욱 흥미롭다. 14세기 원말명초 시기까지는 생선회 문화가 존재했지만, 명나라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민물생선 기생충 위험을 경고한 이후 날 생선을 먹는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이후 중국은 익힌 해산물 요리를 선호하게 됐고, 지금도 생선회보다는 쪄내거나 볶은 요리가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일본은 간장 문화, 중국은 익힌 음식 문화로 발전한 반면, 한국만 냉수와 발효 양념을 결합한 물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각국의 식재료 보관 방식과 양념 문화가 만들어낸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우물 문화, 고추장은 세균 억제 효과까지

물 회
물 회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물회가 발달한 첫 번째 이유는 냉수 문화다. 한국은 예부터 집집마다 우물을 파서 지하수를 길어 마셨다.

차가운 지하수를 그대로 마시는 문화가 자연스러웠고, 이 덕분에 냉수에 음식을 말아먹는 조리법이 발달할 수 있었다. 반면 중국은 1950년대 위생 개선 캠페인 이후 냉수를 기피하고 끓인 물을 마시는 문화가 정착됐다.

두 번째는 발효 양념의 항균 효과다. 물회에 들어가는 고추장과 고춧가루, 마늘, 식초는 모두 강력한 항균 작용을 한다.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식중독균을 억제하고, 고추의 캡사이신은 세균 증식을 막아준다.

식초는 세균 세포막을 파괴하며, 발효 장류의 페닐젖산은 리스테리아와 살모넬라까지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양념들이 날생선의 세균 증식을 막아주면서 물회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 셈이다.

물 회
물 회 / 게티이미지뱅크

세 번째는 채소와 과일의 조화다. 오이와 배, 상추, 양배추, 미역, 깻잎 등 다양한 채소가 물회에 들어가면서 영양 균형을 맞춰준다.

물회 700g에는 약 34g의 단백질과 55g의 탄수화물이 들어 있으며, 약 529kcal로 한 끼 식사로 적당한 열량이다.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면서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여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물회는 강원도 어부들의 뱃일 음식에서 시작해 1970~80년대 냉장 기술과 피서 문화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대중화된 한국의 대표 여름 별미다. 한국의 우물 지하수 문화와 발효 양념의 항균 효과, 채소와 해산물의 조화가 만들어낸 독특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여름철 물회를 즐길 때는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한 집을 선택하고, 고추장과 식초를 충분히 섞어 항균 효과를 높이는 게 좋다. 다만 나트륨 함량이 높으니 염분 제한이 필요한 사람은 국물을 적게 먹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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