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실패 끝에 탄생, 드디어 해냈다…한국서 재배 성공한 ‘이 과일’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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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 크기는 이제 그만, 망고·바나나 섞은 맛의 프리미엄 포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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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무게 최대 680g, 당도 20브릭스 이상을 자랑하는 북미 원산 과일 ‘포포(Pawpaw)’가 13년간의 품종 개량 노력 끝에 국내 대량 재배에 성공했다.

이는 과거 골프공 크기의 작은 과일만 생산돼 상품성이 낮았던 국내 포포 재배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새로운 고소득 기능성 작물로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비의 과일’ 포포의 맛과 핵심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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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망고와 바나나, 파인애플을 혼합한 듯한 독특하고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과일이다. 완숙된 과육은 신맛이 거의 없고 당도가 매우 높아, 별도의 감미료 없이도 훌륭한 디저트가 된다. 영양학적으로도 포포는 비타민 A, B, C와 칼슘, 마그네슘, 인 등 각종 미네랄 및 단백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포포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잎과 줄기에 함유된 ‘아세토제닌(Acetogenin)’이라는 강력한 생리활성물질 때문이다.

아세토제닌은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특정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여러 연구기관에서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이외에도 50여 가지의 유효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국내에서도 포포 추출물을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13년의 시행착오, 대과종 품종 확보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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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포 재배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 13년 전 처음 미국에서 묘목을 들여와 재배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열매의 크기였다. 당시 생산된 열매들은 대부분 골프공만 한 크기로, 씨앗이 절반을 차지해 먹을 수 있는 과육이 매우 적었다.

이로 인해 초기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없다’거나 ‘먹을 것이 없다’는 혹평을 받으며 상품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전국의 포포 농가 중 약 90%가 이러한 문제로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 한 재배 농가의 분석이다.

경기도의 포포 월드팜 농장은 13년간 수많은 품종을 시험 재배하는 과정에서 기존 나무를 모두 베어내는 등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국내 기후에 적합하면서도 개당 평균 300~600g에 달하는 대과종 품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의 핵심은 ‘접목’ 기술에 있다. 포포나무 씨앗을 심어 우량 개체를 얻을 확률은 유전학적으로 2만 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희박하다.

감나무에서 대봉시 씨앗을 심어도 같은 크기의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우수한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하며 대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증된 품종을 접목하는 방식이 필수적이다.

무농약 재배를 가능케 하는 포포나무의 생태학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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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나무는 재배 관리 측면에서도 독특한 장점을 지닌다. 나무의 잎과 줄기 자체에 천연 살충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진딧물을 비롯한 대부분의 해충이 접근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자연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아열대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내한성이 매우 강해 미국에서는 영하 25도의 혹한에서도 생존하는 것으로 보고됐으며, 국내 전 지역 노지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정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포포나무는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이 함께 있지만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는 ‘자가불화합성’ 특성을 지녔다. 이는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식물의 생존 전략이다.

더욱이 꿀벌은 포포 꽃을 찾지 않아, 주로 개미나 기어 다니는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성공적인 결실을 위해서는 최소 두 품종 이상의 나무를 함께 심어야 하며, 수정 시기에는 땅의 풀을 베지 않아 곤충들의 이동을 돕는 독특한 관리가 필요하다.

국내 시장 잠재력과 다양한 파급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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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과종 포포의 국내 재배 성공은 여러 산업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우선, 농약 없이 재배 가능한 고부가가치 작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소득원을 찾는 귀농·귀촌 농가에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포포 월드팜에서 개발한 다분지 수형 관리 기술은 수확량을 늘리고 노동력을 절감시켜 재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소비자층에게 포포는 새로운 기능성 과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항암 및 다이어트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고령층이나 환자를 위한 영양 간식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나아가 국내 제약 및 바이오 업계에서 아세토제닌 성분을 활용한 연구를 본격화할 경우, 포포는 단순한 과일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 원료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짧은 유통기한과 무른 과육 등 상업화의 어려움을 품종 개량으로 극복한 만큼, 국내 과일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의 실패와 연구 끝에 이뤄낸 대과종 포포의 재배 성공은 한국 농업 기술의 중요한 성취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외래 과일의 도입을 넘어, 품종 선택과 재배 기술의 혁신을 통해 농가 소득 증대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그리고 미래 기능성 식품 산업의 가능성까지 제시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다.

앞으로 체계적인 생산과 유통 관리를 통해 포포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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