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과 들에서 자라는 여름 제철 나물 ‘가막사리’, 식용·약용 가치까지

여름철 물기 마를 날 없는 논두렁과 하천변은 잡초들의 천국이다. 농부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수많은 잡초 중에서도, 옷이나 신발에 달라붙는 가시 돋친 씨앗으로 유독 성가심을 더하는 풀이 있다.
바로 가막사리다.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만 여겨졌던 이 식물이, 사실은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나물이자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귀한 약초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옷에 달라붙는 씨앗, 가막사리의 생존 전략

가막사리(Bidens tripartita)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논이나 개울가처럼 습한 환경에서 무성하게 자란다. 8월에서 10월 사이, 가지 끝에 피는 노란색의 작은 관상화는 소박하지만, 진짜 무기는 꽃이 지고 난 뒤에 나타난다.
갈고리 같은 가시털이 달린 씨앗인데, 사람의 옷이나 동물의 털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주착(epizoochory)’이라는 탁월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산책 후 바짓단을 뒤덮은 정체불명의 씨앗이 바로 이것일 때가 많다.
최근에는 토종 가막사리보다 번식력이 훨씬 강한 외래종 미국가막사리(Bidens frondosa)가 도심 빈터나 도로변까지 점령하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농사에 방해가 되는 대표적인 잡초로 분류되지만, 그 생명력만큼이나 강한 효능을 품고 있다.
쌉쌀한 여름의 맛, 가막사리 활용법

가막사리는 훌륭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쓴맛이 거의 없는 봄철 어린순은 생으로 즐겨도 좋지만, 식물 전체가 훌쩍 자란 여름과 가을의 것은 쌉쌀한 맛이 강해져 데쳐서 먹는 것이 좋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구면 쓴맛은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긋함은 살아난다.
데친 가막사리는 된장이나 고추장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면 쌉쌀한 맛과 구수한 장맛이 어우러져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준다.
부드러운 순과 잎을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먹거나, 식물 전체를 덖어 차로 끓여 마시면 그 독특한 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미국가막사리 역시 같은 방법으로 식용이 가능하다.
‘낭파초’라는 이름의 약초, 그 효능과 주의점

가막사리의 진가는 약용에서 더욱 빛난다. 한방에서는 이 식물을 ‘낭파초(狼杷草)’라는 이름의 약재로 귀하게 썼다.
낭파, 즉 ‘이리의 갈퀴’라는 뜻은 가시 돋친 씨앗의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로 폐의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혀 기관지염이나 인후염 같은 호흡기 질환에 사용되었다.
현대에 와서 더욱 주목받는 효능은 바로 혈당 조절 능력이다.
가막사리를 포함한 Bidens 속 식물에 대한 여러 연구에서, 함유된 플라보노이드와 폴리아세틸렌 같은 항산화 물질들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잠재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되었다.

전통적으로 당뇨병 관리에 가막사리를 활용해 온 민간의 지혜가 과학적 근거를 얻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가막사리에는 약한 마취 작용과 함께 자궁을 수축시킬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임산부는 반드시 섭취를 피해야 한다. 또한, 미량의 독성이 보고되므로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복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무심코 뽑아 버리던 잡초 한 포기가 누군가에게는 입맛을 돋우는 나물이자 건강을 지키는 약초가 될 수 있다. 가막사리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자연 속에 숨겨진 놀라운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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