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들꽃인 줄 알았죠?”… 하고초, 눈 밝히고 열 내리는 여름 약초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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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약초 꿀풀, 하고초 효능과 주의사항

꿀풀
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산과 들을 거닐다 보면 양지바른 풀밭에서 앙증맞은 보라색 꽃송이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꽃을 따 입에 물면 은은한 단맛이 번져 ‘꿀풀’이라는 이름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들꽃.

하지만 이 작은 식물은 단순한 꿀주머니가 아니다. 이른 봄에는 쓴맛과 매운맛이 매력적인 나물로, 꽃이 시드는 여름에는 귀한 약재로 변신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품고 있다.

우리 곁에 흔히 피어나 그 가치를 잊기 쉬웠던 꿀풀의 다채로운 세계를 깊이 들여다본다.

여름에 시들어 ‘하고초(夏枯草)’라 불리는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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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꿀풀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5~6월경 줄기 끝에 자줏빛 입술 모양의 꽃들이 빽빽하게 모여 피어나는데, 이 모습이 마치 작은 보라색 탑처럼 보인다.

꿀풀의 진정한 정체성은 꽃이 지기 시작하는 여름에 드러난다.

한의학에서 꿀풀은 ‘하고초(夏枯草)’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여름이 되면 시들어 마르는 풀’이라는 뜻으로, 식물의 생태적 특징을 그대로 이름에 담은 것이다.

실제로 꿀풀은 가장 왕성한 시기가 지난 여름철에 전초(풀 전체)를 채취해 약재로 사용해왔다.

이처럼 한해살이풀처럼 보이지만 여러해살이풀인 꿀풀은 땅속줄기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싹을 틔우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어린 순은 나물로, 꽃은 향기로운 장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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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놓인 꿀풀 / 푸드레시피

꿀풀은 그 생애 주기에 따라 다채로운 맛과 쓰임새를 자랑한다. 이른 봄에 돋아나는 어린 순은 귀한 봄나물이 된다. 다만 특유의 쓰고 매운맛이 강하므로,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충분히 우려내고 조리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쓴맛을 제거한 꿀풀 나물은 된장이나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구수한 맛을 더하는 데 사용된다.

꽃의 활용법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식용 가능한 꿀풀꽃은 깨끗이 씻어 샐러드에 흩뿌리면 아름다운 색감과 은은한 단맛을 더하는 훌륭한 장식이 된다.

전통 방식 그대로 찹쌀가루 반죽에 꽃을 얹어 화전을 부치거나, 꽃이삭을 달인 물로 식혜를 담그면 특유의 꿀 향이 감도는 고급스러운 단맛을 즐길 수 있다. 햇볕에 잘 말린 꿀풀은 차로 우려 마셔도 좋다.

전통과 과학이 주목하는 효능, 그리고 주의할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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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한의학에서 하고초라 불리는 꿀풀은 동의보감에도 기록되어 있는데, 주로 열을 내리고 간의 화를 식히며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어 임파선염이나 갑상선종, 안구 질환, 고혈압 등에 사용되어 왔다.

이러한 전통적 효능은 현대 과학을 통해 그 원리가 점차 밝혀지고 있다. 꿀풀에는 ‘로즈마린산’과 ‘우르솔산’과 같은 트리테르페노이드 계열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강력한 항염 및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꿀풀의 전통적인 효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다만 섭취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꿀풀이 속한 꿀풀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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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 국립생물자원관

우리가 향신료로 흔히 사용하는 바질, 로즈마리, 타임, 민트, 라벤더는 물론, 한국인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깻잎과 방아잎 역시 모두 꿀풀과에 속한다.

따라서 이들 허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면 꿀풀 섭취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약성이 있는 만큼 과다 섭취는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정량을 지켜야 한다.

작고 흔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꿀풀은 이처럼 이름 그대로의 달콤함과 함께 나물로서의 쌉싸름함, 약초로서의 이로움을 모두 품고 있는 식물이다.

우리 발치에서 조용히 자라는 이 작은 생명에게서 자연이 주는 지혜와 풍요로움을 다시 한번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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