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밤으로 오인하기 쉬운 마로니에 열매 독성 주의보

매년 가을철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유사 야생 열매 섭취에 대한 경고가 반복적으로 발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중독 사고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식용 밤으로 착각하기 쉬운 마로니에 열매다. 겉모습이 매우 흡사해 무심코 주워 먹었다가 심각한 중독 증상을 겪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용 밤과 독성 마로니에의 명확한 차이점

마로니에 열매와 식용 밤은 몇 가지 핵심적인 특징을 통해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열매를 감싸고 있는 껍질인 ‘밤송이’의 형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식용 밤의 밤송이는 길고 뾰족한 가시가 매우 촘촘하게 나 있어 손으로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따갑다.
반면, 마로니에 열매의 껍질은 가시가 거의 없거나 짧고 뭉툭한 돌기가 듬성듬성 나 있는 수준이라 비교적 매끈하게 느껴진다. 껍질을 벗겨낸 열매 자체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식용 밤은 보통 한 송이 안에 2~3개의 열매가 들어있고, 열매의 한쪽 면이 평평하며 끝부분이 뾰족하다.
하지만 마로니에는 한 껍질 안에 둥글고 큰 열매가 단 하나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열매 끝에 뾰족한 꼭지 부분이 없다.
섭취 시 발생하는 중독 증상과 핵심 독성 물질

마로니에 열매에는 인체에 유해한 여러 독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핵심적인 독성 물질은 에스쿨린(Aesculin)이라는 글루코사이드 계열 성분과 사포닌이다. 이 성분들은 체내에 흡수될 경우 위장을 심하게 자극해 복통, 메스꺼움, 구토, 심한 설사를 유발한다.
또한 다량 섭취 시 혈액 속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 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현기증, 두통, 호흡 곤란, 오한 등의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유럽 일부 지역에서 정맥류 치료 등을 위해 약재로 사용한 사례가 있으나, 이는 전문가가 독성 물질을 모두 제거하는 특수 정제 과정을 거쳤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일반인이 생 열매를 섭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위험은 반려동물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산책 중인 반려견이 호기심에 마로니에 열매를 삼키는 경우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도심 속 가로수로 사랑받는 의외의 이유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열매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마로니에 나무가 공원이나 길가에 흔히 심어져 있는 이유는 나무 자체의 이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마로니에 나무는 흔히 플라타너스, 느릅나무, 보리수 등과 함께 ‘세계 4대 가로수’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도시 환경에 적합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잎이 넓고 무성해 여름철 풍성한 그늘을 제공하는 녹음수로서의 가치가 높다.
또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뛰어나고 자동차 배기가스 등 공해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 도심의 공기 질 개선에 기여한다. 봄이 되면 크고 화려한 흰색이나 분홍색 꽃을 피워 도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열매의 독성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경수 및 가로수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도시 녹지와 공공 안전 사이의 균형

마로니에 나무의 존재는 도시 녹지 정책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는 도시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식물의 생태학적 가치와 시민의 안전이라는 공공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원 관리자와 지방자치단체는 마로니에 나무가 주는 그늘, 공기 정화, 아름다운 경관 등의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열매로 인한 중독 사고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가을철 열매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위험성을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자주 다니는 산책로 주변의 열매를 조기에 수거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 역시 길가의 열매나 식물을 함부로 채취하거나 섭취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가을의 풍요로움 속에는 밤으로 착각하기 쉬운 마로니에 열매와 같은 숨겨진 위험이 존재한다. 마로니에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쾌적한 그늘과 아름다운 풍경을 안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세심한 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과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야외 활동 시에는 길가에 떨어진 열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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