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이면 시장 한켠에 조용히 등장했다 사라지는 과일들이 있다. 앵두와 오디다. 출하 기간이 매우 짧아 제때 챙기지 않으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막상 사 와도 이틀이 지나면 바닥에 보라색 물이 번지고 과육이 물러져 버린다.
문제는 이 과일들의 구조에 있다. 과육이 얇고 수분이 많은 데다 오디는 껍질이 거의 없어 조금만 눌려도 터진다. 호흡량이 많아 상온에 두면 금세 열이 오르고, 냉장에 넣어도 물기 하나가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냉장 보관: 씻지 않고 한 층으로

베리류 보관의 첫 번째 원칙은 냉장 전에는 씻지 않는 것이다. 과피가 얇은 과일은 물기에 닿는 순간 조직이 약해지고 세균 번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씻은 뒤 보관하면 이틀을 버티기 어렵다. 먹기 직전에만 씻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보관 방법은 단순한데, 밀폐용기 바닥에 키친타월 한두 겹을 깔고 과일을 한 층으로 펼쳐 담으면 된다. 겹쳐 쌓으면 아래쪽에 압력이 집중되면서 빠르게 뭉개지므로, 층을 나눠야 한다면 키친타월을 사이에 하나 더 넣는 것이 좋다. 이렇게 보관하면 앵두는 2-3일, 오디는 1-2일 내에 섭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냉동 보관: 2단계 급속 냉동이 핵심

제철에 많이 구입했다면 냉동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핵심은 2단계로 얼리는 것인데, 과일을 한 번에 지퍼백에 넣어버리면 과일끼리 달라붙어 하나씩 꺼내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앵두는 꼭지를 제거하고 찬물에 짧게 헹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완전히 없앤다. 오디는 조직이 더 연하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살짝 헹구는 정도로만 씻어야 한다.
물기가 남은 상태로 냉동하면 얼음 결정이 생기면서 식감이 크게 떨어진다. 준비가 되면 쟁반에 한 겹으로 펼쳐 1차 냉동하고, 충분히 얼면 지퍼백에 옮겨 담아 공기를 최대한 빼고 밀봉한다.
이렇게 하면 냉동고에서 3개월까지 맛과 향을 비교적 잘 유지할 수 있다. 단,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은 빛과 산소에 약하므로 자주 개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은 과일 활용하는 두 가지 방법

냉동 오디는 해동 없이 바로 우유나 두유와 함께 갈면 짙은 보라색 스무디가 된다. 철분과 폴리페놀이 함유된 오디 특성상 색도 선명하고 영양도 챙길 수 있어, 냉동 보관해 두면 여름 내내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앵두는 씨를 제거한 뒤 설탕이나 꿀과 1:1 비율로 졸이면 잼이나 청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씨에는 시안배당체 계열 성분이 소량 존재할 수 있어 씨째 넣고 오래 끓이는 방식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씨를 충분히 걸러낸 뒤 졸이면 빵에 발라 먹거나 탄산수에 타서 에이드로 즐기기에도 좋다.
앵두와 오디의 진짜 단점은 맛이 아니라 시간이다. 짧은 제철을 잘 붙잡느냐의 문제다.
냉장 보관 한 가지만 잘 해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냉동까지 익혀두면 여름이 지나도 제철 맛을 꺼내 먹을 수 있다. 이번 주 시장에 들렀다면, 조금 넉넉하게 사 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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