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복날 ‘일품’ 보양식 민어, 진짜 구별법과 여름철 효능 총정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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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을 뛰어넘는 여름 최고의 진미,
민어가 여름 보양식으로 사랑받는 이유

민어
시장에서 파는 민어 /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의 절정, 복날이 되면 으레 뜨끈한 삼계탕 한 그릇을 떠올리지만, 우리 조상들의 여름나기 보양식 서열은 사뭇 달랐다. 맛과 효능에 따라 순위를 매겼던 그 시절, 최고의 영예인 ‘일품(一品)’ 보양식은 삼계탕도, 장어도 아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여름 바다가 내어주는 최고의 선물, 민어였다.

하지만 오늘날 귀한 몸값을 자랑하는 민어의 명성 뒤에는 교묘한 ‘가짜’가 판을 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왜 ‘민어’가 여름 보양의 으뜸이었나?

민어 부레
접시에 담긴 민어 부레 / 푸드레시피

민어가 여름 보양식의 왕좌를 차지한 데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쓴 어류 박물지 『자산어보(玆山魚譜)』 에는 민어를 ‘맛이 담백하고 좋다. 날것으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으며, 말려서 포를 만들어도 좋다’고 기록하며 그 맛을 극찬했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를 만큼 귀한 생선이었던 민어는 소화 흡수가 빠른 양질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무더위에 지친 몸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식재료로 인정받았다.

특히 민어의 진가는 모든 부위를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쫄깃한 횟감으로 최고인 살점은 물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민어전’으로도 사랑받는다. 그중에서도 별미는 단연 부레다.

젤라틴과 콘드로이틴 성분이 풍부한 부레는 쫀득한 식감과 독특한 풍미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예부터 접착제나 약재의 원료로 쓰일 만큼 귀한 부위였다. 이처럼 맛과 영양,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으니 ‘여름 보양 일품’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진짜 민어의 생태와 맛의 절정

민어
접시에 담긴 민어 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연근해에 서식하는 진짜 민어(Miichthys miiuy)는 농어목 민어과의 대형 어류로, 최대 90cm까지 자란다. 겨울을 제주도 남쪽 깊은 바다에서 보낸 뒤 봄이 되면 북상하여, 산란기인 여름철에 인천 연안과 서해에 모습을 드러낸다.

산란을 앞두고 몸에 영양분을 가득 비축하는 6~8월이 바로 민어의 맛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다. 이때의 민어는 살이 단단하고 기름져 감칠맛이 최고조에 달한다.

낮에는 수심 깊은 곳에 머물다 밤에 활동하는 습성을 지녔으며, 주로 새우나 게 등 갑각류를 먹고 자란다. 이러한 먹이 습성 덕분에 민어의 살에서는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맑은 탕으로 끓이면 그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며, 두툼하게 썰어낸 횟감은 다른 생선이 따라올 수 없는 차진 식감을 자랑한다.

‘가짜’가 판치는 시장, 진짜 민어 감별법

민어
시장에서 파는 민어 / 게티이미지뱅크

민어의 인기가 치솟는 여름철이면, 비싼 몸값을 노리고 다른 생선을 민어로 속여 파는 사례가 기승을 부린다. 맛과 식감, 가격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공식 가이드를 통해 그 결정적인 차이점을 알아보자.

진짜 민어를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느러미의 색을 확인하는 것이다. 국산 진짜 민어는 보통 60~90cm 크기로 전체적으로 은은한 회색빛을 띠지만, 배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특징적인 붉은빛을 띤다. 이와 더불어 머리 크기에 비해 눈이 비교적 크다는 점도 진짜 민어의 특징 중 하나다.

민어 회
초장에 찍어먹는 민어 회 /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민어로 속여 파는 대표적인 유사 어종인 ‘큰민어’는 이름처럼 1m가 넘는 대형 개체가 많고, 지느러미가 붉은빛 대신 노란빛이나 회색을 띠어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또 다른 유사 어종인 ‘점성어(홍민어)’는 구별이 더욱 쉬운데, 꼬리 지느러미 위쪽에 있는 크고 선명한 검은색 반점은 점성어만의 고유한 특징이므로 이것만 확인해도 가짜 민어를 쉽게 피할 수 있다.

조선시대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며 여름 보양식의 최고봉으로 인정받았던 민어. 그 명성만큼이나 제대로 된 진짜 민어를 맛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진짜와 가짜를 충분히 구별할 수 있다. 붉은빛을 띠는 지느러미와 적당한 크기, 꼬리의 검은 점 유무를 확인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여름 바다가 선사하는 최고의 진미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올여름, 진짜 민어 한 점에 담긴 조상들의 지혜와 바다의 기운을 느끼며,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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