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이지만 미역처럼 감칠맛을 내는 ‘미역취’의 특징

늦여름의 햇살이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우리네 산과 들은 온통 선명한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이 황금빛 물결의 주인공은 바로 미역취(Solidago virgaurea var. asiatica)다.
지금은 꽃으로 가을의 시작을 알리지만, 이 식물은 이른 봄부터 밥상 위에서 독특한 매력으로 입맛을 사로잡아 온 특별한 산나물이다. 산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처럼 마치 바다의 미역을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풍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늦여름 들판의 노란 물결, 토종 미역취

미역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영어권에서는 같은 속 식물을 골든로드(Goldenrod)라 부른다.
하지만 우리가 나물로 즐겨 먹는 토종 미역취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키 큰 미국미역취(Solidago canadensis)와는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미국미역취는 잎자루가 거의 없이 줄기에 잎이 붙어 자라지만, 토종 미역취는 뚜렷한 잎자루를 가지고 있어 구별이 가능하다.

돼지가 잘 먹는다 하여 ‘돼지나물’이라는 별명도 가진 미역취는, 그 이름의 유래가 된 독특한 맛과 질감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잎이 미역처럼 부드러워지고 매끄러운 질감을 띠는데, 이는 식감이 주는 단순한 착각을 넘어선다.
실제로 미역취에는 해조류처럼 감칠맛의 핵심 성분인 글루탐산이 풍부하여, 국물 요리에 넣으면 자연스러운 감칠맛이 우러나온다. 산나물이 품은 바다의 맛, 이것이 바로 미역취의 정체성이다.
울릉도가 키워낸 최상의 풍미, 울릉미역취

특별한 미역취 중에서도 미식가들이 으뜸으로 꼽는 것은 바로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아종, 울릉미역취(Solidago virgaurea var. gigantea)다. ‘부지깽이나물’과 함께 울릉도를 대표하는 이 나물은 일반 미역취보다 잎이 훨씬 크고 부드러우며 향이 진하다.
이는 울릉도 특유의 화산회토 토양과 높은 공중 습도가 만들어낸 ‘떼루아(Terroir)’의 결과물로, 뭍의 미역취와는 또 다른 차원의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미역취는 조리법이 간단하여 더욱 매력적이다. 살짝 데쳐 된장이나 고추장에 조물조물 무쳐내면 쌉쌀한 향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훌륭한 밑반찬이 완성된다.
된장국이나 들깨탕에 넣으면 국물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며, 햇볕에 잘 말려 묵나물로 만들어 두면 겨우내 그 독특한 향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약재로 쓰이던 지혜, ‘일지황화(一枝黃花)’

미역취는 맛 좋은 나물이자, 예로부터 약재로도 널리 쓰였다. 한방에서는 꽃이 핀 전초를 ‘일지황화(一枝黃花)’라는 약재명으로 부르며, 감기, 두통, 인후염과 같은 초기 외감성 질환에 사용해왔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미역취의 가치는 입증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말린 미역취는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이 매우 풍부하여 눈 건강과 피부 건강에 이롭다.
또한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물질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한의학적으로 성질이 차다고 보기 때문에 평소 몸이 냉하거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늦여름, 들판을 노랗게 수놓은 미역취 꽃을 마주한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지 말자. 저 고운 꽃 아래, 산과 바다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풍미와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지혜가 함께 자라고 있음을 기억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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