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조림이 오히려 뼈를 약하게?”… 칼슘 흡수 막는 조리법의 함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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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과 비타민 D·K의 상관관계
멸치 속 칼슘 100% 흡수하는 과학적 섭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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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널린 멸치 / 게티이미지뱅크

‘칼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재료, 바로 멸치다. 뼈째 먹는 생선의 대표주자로서 골다공증 예방과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다는 것은 상식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국물용 마른 멸치는 100g당 무려 1,900mg에 달하는 칼슘을 함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만들어 먹는 ‘멸치조림’이 이 막대한 양의 칼슘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심지어 우리 뼈를 더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칼슘을 밀어낸다, 나트륨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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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긴 멸치조림 / 게티이미지뱅크

문제의 핵심은 ‘나트륨’이다. 짭짤하고 달콤하게 조린 멸치조림은 남녀노소 사랑받는 밑반찬이지만, 높은 나트륨 함량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과도한 나트륨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데, 이때 나트륨과 칼슘이 함께 빠져나가는 길항 작용이 일어난다. 즉, 짜게 먹을수록 더 많은 칼슘이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역시 고염식이가 칼슘 손실을 높여 골다공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혈액 속 칼슘 농도가 낮아지면, 우리 몸은 부족한 칼슘을 보충하기 위해 최후의 보루인 뼈에 저장된 칼슘을 빼내어 사용한다.

결국 뼈 건강을 위해 챙겨 먹은 멸치가 오히려 뼈의 칼슘을 약탈해 골밀도를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칼슘의 최종 목적지, 뼈로 가는 두 개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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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긴 멸치 / 게티이미지뱅크

설령 나트륨을 피해 칼슘을 성공적으로 섭취했다 해도 끝이 아니다. 칼슘이 뼈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D비타민 K라는 두 명의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타민 D는 소장에서 칼슘이 혈액으로 흡수되도록 돕는 1차 관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비타민 K의 역할이다. 혈액으로 들어온 칼슘이 뼈로 정확히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네비게이션과 같다.

비타민 K는 오스테오칼신(Osteocalcin)이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칼슘이 뼈에 단단히 결합하도록 ‘접착제’ 역할을 수행한다.

만약 비타민 K가 부족하면, 목적지를 잃은 칼슘이 혈관이나 신장 등 연조직에 쌓여 혈관이 돌처럼 굳는 석회화나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 센터의 연구는 비타민 K 부족이 혈관 석회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멸치, 어떻게 먹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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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헹구는 멸치 / 푸드레시피

그렇다면 멸치 속 칼슘의 이점을 온전히 누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조리법의 변화’와 ‘현명한 식품 조합’에 있다.

우선, 간장과 설탕에 조리는 방식의 멸치조림 섭취 빈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멸치를 요리에 활용할 때는 조리 전 물에 살짝 헹구거나 끓는 물에 잠시 데쳐 염분을 제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기름 없이 마른 팬에 볶거나 믹서에 곱게 갈아 ‘천연 조미료’ 가루로 만들어 국이나 무침에 활용하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이렇게 하면 나트륨 섭취는 최소화하면서 칼슘과 감칠맛은 그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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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볶는 멸치 / 푸드레시피

다음으로, 칼슘의 흡수와 결합을 돕는 영양소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타민 D가 풍부한 달걀노른자, 표고버섯, 등푸른생선과 비타민 K가 풍부한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같은 녹색 잎채소를 멸치와 함께 식단에 올리는 것이 최상의 조합이다.

예를 들어, 멸치 가루를 넣은 달걀찜이나 멸치와 함께 볶은 시금치 무침은 맛과 영양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현명한 메뉴가 될 수 있다.

칼슘만이 아니다, ‘작은 거인’ 멸치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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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에 담긴 멸치 / 게티이미지뱅크

멸치의 가치는 칼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멸치는 두뇌 건강에 필수적인 오메가-3 지방산(DHA, EPA)의 훌륭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오메가-3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며, 뇌세포를 활성화해 기억력과 인지 기능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멸치는 양질의 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근육 생성과 유지에 기여하며,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피로 해소를 돕는 비타민 B군도 풍부하다. ‘작은 고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를 고농축으로 담고 있는 셈이다.

멸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천연 칼슘제 중 하나다. 하지만 그 효능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지혜가 필요하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것보다 어떻게 먹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짠 양념을 덜어내고, 뼈 건강을 돕는 비타민 D와 K가 풍부한 식재료와 함께 섭취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잠자고 있던 멸치의 가치를 100% 깨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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