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당 7천 원 시대”… 폭염·폭우에 배추값 급등, 김치 식탁 위기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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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랭지 배추 직격탄 맞은 밥상 물가
도매가 내렸다는데 내 장바구니는 왜 무거운가

배추밭
배추밭 / 게티이미지뱅크

‘국민 반찬’ 김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한 포기 소매가격이 7,000원을 넘어서며 밥상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연일 이어진 폭염과 폭우가 여름 배추의 주산지인 강원도 고랭지 밭을 휩쓴 결과다. 식당에서는 이미 국산 김치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가정에서도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 부담스러운 가격이 되면서 식탁의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월 중순 배추 한 포기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062원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50% 이상 폭등했다. 평년과 비교해도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배추
박스에 담긴 배추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가격 급등의 주범은 이상 기후다. 여름철 우리가 먹는 배추의 대부분은 서늘한 기후의 강원도 산간 지역, 이른바 고랭지에서 재배된다.

하지만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은 배추의 성장을 더디게 했고, 연이어 쏟아진 집중호우는 습기에 취약한 배추에 무름병과 같은 병해를 확산시켰다. 품질 좋은 배추의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비축 물량을 방출하고, 최근 산지 기온이 안정세로 돌아서며 도매가격은 이미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추 상품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싼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고 있다.

김치
접시위에 놓인 배추김치 / 게티이미지뱅크

그 이유는 산지 도매가격이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약 2~3주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기상 여건이 안정되며 강원도 산지에서 출하량이 늘어 도매가격은 내림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지에서 출하된 배추가 경매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쳐 우리 동네 마트에 진열되기까지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린다. 유통업체들이 이전에 비싸게 사들인 재고를 소진해야만 하락한 가격이 비로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 급등이 반복될수록 우리 식탁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산 김치의 공습이다.

배추
자르는 배추 / 게티이미지뱅크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김치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2%나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기세다.

특히 식당이나 급식업체 등 대량 소비처에서는 가격과 공급이 불안정한 국내산 배추 대신 연중 안정적인 물량과 가격을 유지하는 수입산 김치를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원산지 허위 표시 적발 건수도 급증하며 소비자 불신을 키우고 있다.

배추뿐만이 아니다. 올여름 폭염은 식탁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한때 가격이 치솟았던 수박은 끝물에 접어들며 다소 안정됐지만, 복숭아 가격은 작년보다 26%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다.

김치
도마위에 놓인 썰은 배추김치 / 게티이미지뱅크

더욱 심각한 것은 국민 식재료인 달걀이다. 폭염에 취약한 닭들이 대거 폐사하면서 특란 30구 가격이 7,0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5월부터 8월 초까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148만 마리 중 94%가 닭을 포함한 가금류일 정도다.

결론적으로, 당장의 배추 소매가격은 9월 초를 기점으로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이상 기후가 우리 밥상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금배추’ 파동과 그로 인한 수입 김치 의존도 심화, 축산물 가격 상승은 모두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배추 한 포기의 가격은, 더 이상 단순한 시장의 숫자가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 식량 안보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무거운 지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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