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의 와사비라 불린다”… 지친 여름 깨우는 는쟁이냉이의 항산화 효능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산속 그늘에서 자라는 는쟁이냉이의 생태와 전통 효능

는쟁이냉이
는쟁이냉이 꽃 / 국립생물자원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의 끝자락, 여름내 누적된 피로를 씻어낼 특별한 활력소가 필요하다. 마트나 시장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산속의 보물’로 통하는 희귀한 산나물이 있다.

바로 계곡의 청량함을 머금은 채 톡 쏘는 매운 향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는쟁이냉이’다. 제철은 봄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강력한 피로 해소 성분은 지친 여름의 끝을 산뜻하게 마무리할 최고의 자연 강장제로 손색이 없다.

계곡 그늘에서 자라는 숨겨진 보물

는쟁이냉이
는쟁이냉이 / 국립생물자원관

는쟁이냉이(Cardamine leucantha)는 이름과 달리 우리가 흔히 아는 냉이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배추, 겨자, 와사비와 같은 십자화과(Brassicaceae)에 속하며, 서늘하고 습한 계곡 주변이나 숲속 그늘에서 무리 지어 자생한다.

햇볕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봄나물과 달리, 는쟁이냉이는 청정한 물가와 깊은 숲의 기운을 품고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4월에서 6월 사이, 흰색이나 연분홍빛의 작은 꽃을 피우며 맛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이른 봄인 4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효능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조선 시대의 의서 <동의보감>에서는 는쟁이냉이를 위장의 기능을 돕고 체내의 독소를 풀어내는 약재로 기록하며 그 가치를 인정했다.

현대의 연구에서도 피로 해소에 탁월한 비타민 B1을 비롯해 면역력을 높이는 비타민 A,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톡 쏘는 매운맛의 비밀, 글루코시놀레이트

는쟁이냉이
는쟁이냉이 / 푸드레시피

는쟁이냉이의 가장 큰 매력은 와사비나 겨자를 떠올리게 하는 톡 쏘는 알싸한 맛이다. 이 독특한 풍미의 원천은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라는 성분이다.

식물 세포가 씹히거나 잘리는 순간, 이 성분은 효소 반응을 통해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로 변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 혀를 자극하는 매운맛의 정체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균 및 항염 작용을 하여 식욕을 돋우고 몸의 활력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날것으로 먹으면 혀가 얼얼할 정도로 강렬하지만,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매운맛은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향긋함만 남아 누구나 즐기기 좋은 나물로 변신한다.

산속 보물을 식탁으로 가져오는 법

는쟁이냉이 나물
접시에 담긴 는쟁이냉이 나물 / 푸드레시피

는쟁이냉이는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 살짝 데쳐 국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그 자체로 훌륭한 밥반찬 는쟁이냉이 나물이 된다.

된장국에 넣으면 된장의 구수함과 는쟁이냉이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국물 맛을 한층 깊게 만든다. 일본에서는 ‘야마와사비(山わさび, 산 와사비)’라 불리며 귀한 식재료로 대접받는다.

뿌리 부분을 강판에 갈아 갓 지은 흰 쌀밥에 살짝 얹고 간장을 뿌려 먹거나, 스테이크나 생선회에 곁들이면 천연 와사비처럼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한다.

채취 시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

는쟁이냉이
는쟁이냉이 꽃 / 한국관광공사

는쟁이냉이는 시중 유통이 거의 되지 않아 직접 채취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는 반드시 전문가의 동행이나 확실한 지식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사한 독초와의 구별이다. 야생 식물은 생김새가 비슷한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지식 없이 채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100% 확신할 수 없다면 절대 채취하지도, 입에 대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야생초 채취의 제1원칙이다.

또한, 도로변이나 공장 근처 등 오염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은 피하고, 국립공원이나 사유지에서의 임의 채취는 불법이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늦여름의 피로를 씻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는쟁이냉이.

비록 지금 당장 맛보기는 어렵지만, 이 신비로운 산속 보물을 기억해두었다가 다가오는 봄, 자연이 선사하는 가장 향긋하고 짜릿한 맛을 책임감 있게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