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로 오해받던 귀한 몸, 여름 바다의 제왕 ‘능성어’의 모든 것 (구별법, 회 부위 특징)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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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성어의 생태부터 자바리와의 차이, 제대로 즐기는 법까지

능성어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강렬한 햇살이 바다 깊숙이 파고드는 여름, 바닷속 생명들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며 살을 찌운다. 이 시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수많은 생선 중에서도, 투박한 겉모습 뒤에 최고의 맛을 숨기고 있는 바다의 제왕이 있다.

한때 다른 고급 어종의 그늘에 가려졌지만, 이제는 당당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능성어가 그 주인공이다.

일곱 개의 띠, 바다의 군주 능성어

능성어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바리과에 속하는 대형 어종인 능성어는 제주에서는 구문쟁이로도 불린다. 남해안과 북서태평양의 수심 깊은 암초 지대에 서식하며, 다 자라면 1m에 육박할 만큼 위용을 자랑한다.

어린 시절 몸을 가로지르는 일곱 개의 선명한 갈색 띠는 능성어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성장하면서 점차 옅어져 성체의 위엄을 더한다.

능성어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의 생태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성별이다. 모든 개체가 암컷으로 태어나 성장하다가, 무리의 필요에 따라 8kg 이상급 개체 중 일부가 수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자성선숙’의 특징을 지닌다.

이는 종족 번식을 위한 자연의 신비로운 전략이다. 5월에서 9월 사이의 번식기에는 연안으로 이동하여 산란하며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능성어 vs 자바리, 닮았지만 다른 두 어종

능성어
능성어 / 국립생물자원관

능성어의 가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바리’와의 관계다. 제주 방언으로 ‘다금바리’라 불리는 자바리는 능성어와 함께 국내 최고급 어종으로 꼽히지만,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에 과거 능성어가 자바리로 둔갑해 팔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는 능성어의 가치를 깎아내릴 뿐, 능성어 자체만으로도 참돔이나 농어를 훌쩍 뛰어넘는 귀한 생선이다.

두 어종은 성체가 되면 무늬가 희미해져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명확한 차이가 있다. 능성어는 몸에 끊김 없는 일곱 줄의 가로 줄무늬가 반듯하게 나 있는 반면, 자바리는 표범처럼 얼룩덜룩한 불규칙한 무늬를 가진다.

또한 얼굴을 보면 능성어에 비해 자바리의 아래턱이 더 앞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체형 역시 좀 더 길고 날씬한 편이다.

미식가들이 첫손에 꼽는 맛의 정점

능성어 회
능성어 회 / 푸드레시피

능성어를 맛본 이들은 그 식감에 먼저 감탄한다. 치밀한 근섬유에서 오는 쫄깃함을 넘어선 단단한 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회로 떴을 때 가장 맛있는 부위로 꼽히는 등살은 찰떡처럼 차진 식감과 함께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을 품고 있다. 두툼한 뱃살은 지방의 녹진한 감칠맛이 응축되어 있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광어의 지느러미 살처럼, 능성어 역시 이 부위가 별미다. 회를 뜰 때 함께 손질한 지느러미살은 오독거리는 식감과 고소함이 일품이다.

이 외에도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꼬들꼬들하게 즐기는 껍질, 탱탱한 식감과 단맛을 자랑하는 뽈살가마살까지, 능성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어느 한 부위도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능성어
능성어탕 / 푸드레시피

회뿐만 아니라 맑은 탕(지리)으로 끓여도 그 진가가 드러난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은 마치 진한 사골 국물을 마시는 것처럼 깊고 구수해, 최고의 해장 메뉴이자 보양식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국내 양식 기술의 발전으로 남해안 가두리에서 능성어가 안정적으로 양식되면서, 과거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그 맛을 즐길 기회가 늘었다.

이는 능성어가 더 이상 ‘누군가의 대체재’가 아닌, 고유의 이름과 가치를 지닌 어종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능성어는 온몸이 날카로운 무기이므로 직접 손질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쪽으로 향한 날카로운 이빨과 칼날 같은 아가미 덮개는 깊은 상처를 낼 수 있으므로, 반드시 두꺼운 장갑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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