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 어종으로 떠오른 쥐치
쥐포 원재료에서 고급 횟감으로

11월 수산물 시장에서 ‘쥐치’는 가격 변동성이 높은 어종 중 하나로 꼽힌다. 1980년대 ‘국민간식’ 쥐포의 재료로 흔하게 쓰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자연산 쥐치의 어획량 감소로 인해 고급 횟감으로 취급되며 시세를 짐작하기 어려운 생선이 되었다.
11월, ‘바다의 푸아그라’가 차오르는 계절

쥐치가 11월에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산란기가 아닌 ‘월동 준비’에 있다. 차가운 바다 수온을 견디기 위해 쥐치는 몸속에 지방을 집중적으로 축적한다.
이 시기 쥐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단맛이 강해진다. 특히 미식가들이 주목하는 부위는 ‘간(肝)’이다. 쥐치의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늦가을에 크기가 커지고 지방이 꽉 차 극도로 고소한 풍미를 낸다.
신선한 쥐치 간은 별도로 양념하여 찜이나 탕에 넣어 먹으며, 이는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별미다.
‘회’와 ‘포’의 차이, 쥐치와 말쥐치

우리가 흔히 ‘쥐치’라고 부르는 어종은 사실 용도와 종류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횟감이나 조림, 탕용으로 쓰이는 고급 어종은 주로 ‘쥐치(Gwichi)’다. 이는 살이 희고 단단하며, 앞서 언급한 별미인 간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반면, ‘국민간식’ 쥐포(Jwipo)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말쥐치(Black scraper)’다. 말쥐치는 쥐치보다 성장이 빠르고 크기가 크며, 상대적으로 살이 무른 편이라 건조 가공용으로 적합했다.
이 두 어종의 시장 가격은 다르게 형성된다. 횟감용 쥐치는 어획량 자체가 적고 불규칙해 당일 시세 변동이 크며, 이로 인해 노량진수산시장 경매 목록 등에서 꾸준한 데이터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쥐치가 ‘희소 어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말쥐치는 쥐포 가공용으로 대량 유통되므로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국민간식’에서 ‘희소 어종’으로

쥐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말쥐치가 동해안 등지에서 대량으로 어획되던 시절 탄생한 가공식품이다. 당시 말쥐치는 값이 싼 ‘잡어’ 취급을 받았으나, 이를 포로 만들어 조미료에 재워 구워 먹는 쥐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간식’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남획, 해양 환경 변화, 그리고 연안의 모래 채취로 인한 서식지 파괴 등이 겹치며 쥐치와 말쥐치 모두 자원이 급감했다.
이러한 자원 감소는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쥐포 중 상당수는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한 근연종을 가공한 것이다. 11월에 횟감으로 만나는 자연산 쥐치가 ‘희소 어종’ 대접을 받으며 가격이 높아진 배경이다.
고단백 저지방의 영양학적 가치

쥐치는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식재료다. 100g당 약 18~20g의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한 고단백 저지방 생선이다. 이는 겨울철 면역력 유지와 근육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다이어트나 식사 조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포만감을 주면서 부담이 적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가 포함되어 있어 뇌 기능 유지와 혈관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 A, D, E와 아연, 인 등 미네랄도 고르게 함유되어 있어 겨울철 피로 누적을 막는 건강식으로 평가받는다.
섭취 시 주의사항

쥐치는 회(사시미)로 즐겨 먹는 만큼 신선도가 매우 중요하다. 활어가 아닌 선어 상태이거나 보관이 잘못된 경우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 등 해산물 관련 질환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익혀 먹는 것이 권장된다. 또한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체질이거나, 혈액 응고 관련 질환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11월의 쥐치는 과거 ‘국민간식’ 쥐포의 흔한 재료에서, 이제는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바다의 푸아그라’를 품은 고급 별미로 자리매김했다.
자원 감소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커졌지만, 제철 쥐치가 주는 고소한 맛과 풍부한 영양은 겨울을 맞이하는 훌륭한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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