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보다 단백질 많은 ‘산속의 보물’, 여름 기력 책임지는 오가피순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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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피순의 영양 성분부터 전통 활용법, 재배 비결까지

오가피순
쟁반에 놓인 오가피순 / 푸드레시피

여름의 끝자락, 따가운 햇살 아래에서도 산그늘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생명력을 뽐내는 식재료가 있다. 바로 쌉쌀한 향으로 입맛을 깨우는 오가피순이다.

한때 산골 마을의 소박한 밥상을 지키던 이 산나물이 최근 돼지고기보다 높은 단백질 함량과 독보적인 영양 가치로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귀한 나물, 오가피순의 가치를 재발견한다.

산삼에 버금가는 ‘나무 인삼’, 오가피순

오가피순
오가피순 / 푸드레시피

오가피(五加皮)는 한 줄기에서 다섯 잎이 별처럼 펼쳐진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삼, 두릅과 함께 두릅나뭇과(Araliaceae)에 속하는 식물로, 예로부터 그 약효를 인정받아 ‘나무 인삼’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우리가 식용하는 오가피순은 바로 이 오가피나무의 연한 새순이다.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에 따르면, 데친 오가피순 100g에는 약 4.3g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일부 돼지고기 부위보다 높은 수치로, 지방은 거의 없어 여름철 건강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손색이 없다. 더욱 주목할 점은 오가피의 핵심 성분인 ‘엘레우테로사이드(Eleutheroside)’다.

이 성분은 스트레스와 피로에 대한 신체 저항력을 키워주는 천연 ‘어댑토젠(Adaptogen)’ 역할을 해, 무더위에 지친 몸의 활력을 되찾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서 찾은 조상들의 지혜

오가피순 나물무침
접시에 담긴 오가피순 나물무침 / 푸드레시피

오가피의 효능은 우리의 고의서인 《동의보감》 에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오가피는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强筋骨), 의지를 굳세게 하며 허리와 척추의 통증을 낫게 한다’고 서술하며, 기운을 보강하고 신체를แข็งแรง하게 만드는 약재로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믿음 때문에 가시가 돋아 채취하기 힘든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오가피순은 명절이나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맛있는 나물을 넘어, 조상의 기력까지 보살피고자 했던 후손들의 깊은 정성이 담긴 문화적 의미를 보여준다. 쓴맛이 인생의 고난을 이겨내게 한다는 상징성도 함께 지녔다.

쌉쌀한 맛을 즐기는 다채로운 활용법

오가피순
끓는 물에 데치는 오가피순 / 푸드레시피

오가피순은 뾰족한 가시와 특유의 쌉쌀한 맛 때문에 생으로 먹기보다는 반드시 손질과 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깨끗하게 씻어 거친 잎과 줄기를 다듬어낸다.

그다음,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분가량 살짝 데쳐내 찬물에 헹구면 떫은맛의 원인인 사포닌 성분이 완화되고 부드러운 식감과 선명한 초록빛이 살아난다.

가장 간단하게 즐기는 방법은 데친 오가피순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다. 쌉싸래한 맛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사라진 입맛을 되찾아준다.

들기름, 국간장,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면 향긋한 오가피순 나물이 완성되며, 된장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국물에 깊고 시원한 풍미를 더한다.

잘게 썬 오가피순을 넣어 밥을 짓는 오가피순 밥은 은은한 향과 씹는 맛이 별미이며, 어린순을 말려 술에 담가 숙성시킨 오가피주는 예로부터 귀한 약술로 대접받았다.

한번 심으면 매년 거두는 강인한 생명력

오가피순 나물무침
접시에 담긴 오가피순 나물무침 / 푸드레시피

오가피순은 주로 산지에서 자연적으로 자라지만, 생명력이 강하고 병충해에 강해 소규모 텃밭이나 농가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해발 300m 이상의 반그늘지고 습기가 있는 곳이 최적의 재배 환경이다. 한번 모종을 심어두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다음 해부터 매년 봄 새순이 돋아나 여름까지 수확의 기쁨을 안겨준다.

이러한 강인한 생명력 덕분에 오가피나무는 농약이나 비료 없이도 잘 자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귀농·귀촌인들에게 매력적인 작물로 꼽힌다.

가을에 삽목(꺾꽂이)을 통해 쉽게 번식시킬 수 있어 집 뒷산이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건강한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오가피순은 단지 쓴맛 나는 산나물이 아니다. 고단백질 영양과 현대인의 피로를 풀어줄 천연 활성 성분, 그리고 근골을 튼튼히 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오롯이 담긴 ‘산속의 보물’이다.

비록 올해의 제철은 지났지만, 우리 땅에서 묵묵히 자라나는 오가피순의 가치를 기억하고 내년 여름, 쌉싸래한 그 맛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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