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사료, 한국에선 약재… 이젠 두뇌 영양제로 각광받는 ‘붉은 열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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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사료서 두뇌 영양제로 재발견
오미자, 피로 회복 돕는 열매

오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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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미자가 ‘두뇌 기능 강화 식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재평가의 중심에는 ‘리그난(Lignan)’과 ‘시잔드린(Schisandrin)’ 등 핵심 활성 성분의 과학적 규명이 자리한다.

과거 서양권에서는 강한 신맛과 쓴맛 탓에 식용 부적합 판정을 받고 가축 사료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이어진 연구에서 강력한 항산화 및 신경 보호 기능이 밝혀지며 위상이 달라졌다.

뇌세포 보호하는 핵심 성분 리그난

오미자
오미자 / 게티이미지뱅크

오미자의 가장 주목받는 효능은 뇌 기능 개선이다. 주요 성분인 시잔드린을 포함한 리그난 계열 화합물은 식물성 폴리페놀의 일종이다. 이 성분들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뇌세포의 산화적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뇌는 신체에서 산소 소비량이 가장 많은 기관 중 하나로,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ROS)로 인한 손상에 취약하다. 시잔드린은 이러한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세포 사멸(apoptosis)을 억제하는 등 직접적인 신경 보호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한, 리그난 성분은 기억력과 학습에 관여하는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여, 인지 기능 유지에 기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러 연구에서는 오미자 추출물이 기억력 감퇴를 막고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잠재력을 보고했다.

뇌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집중력 유지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학업 성취가 중요한 학생이나 고도의 정신 집중이 필요한 직장인의 뇌 피로도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간 기능 활성화와 피로 해소 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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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 게티이미지뱅크

오미자는 신경계뿐만 아니라 간 기능 개선에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리그난 성분은 간세포의 해독 효소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간의 주요 항산화 물질인 ‘글루타치온(GSH)’의 수치를 높이고 관련 효소(글루타치온 환원효소)를 활성화한다. 이는 외부 독소나 알코올 분해 산물로부터 간세포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핵심 기전이다. 결과적으로 체내 독소 배출을 돕고 숙취 해소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피로 해소 효과 또한 탁월하다. 오미자의 강한 신맛은 시트르산(Citric acid), 말산(Malic acid) 등 풍부한 유기산에서 비롯된다.

이 유기산들은 체내 에너지 생성(TCA 회로)을 촉진하는 동시에, 피로 물질인 젖산의 축적을 억제하고 분해를 촉진한다. 격렬한 운동 후나 육체노동으로 지쳤을 때 오미자 음료를 섭취하면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동서양의 엇갈린 역사

오미자차
오미자차 /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과학이 주목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국과 중국에서는 오미자를 귀한 약재로 사용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오미자가 폐를 윤택하게(潤肺) 하고 진액을 보충하며(生津), 만성 기침과 갈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폐를 윤택하게 한다’는 것은 단순히 폐를 적시는 것이 아니다. 건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른기침이나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고 몸의 수분 균형을 잡는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조선 시대 궁중에서는 여름철 더위와 피로를 다스리는 음료로 오미자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이 열매를 오랫동안 외면했다. 강한 신맛과 떫은 향이 식용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어 가축 사료나 토양 복원용 식물로만 제한적으로 재배됐다.

다섯 가지 맛과 올바른 섭취법

오미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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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五味子)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을 지닌 독특한 식물이다. 목련과에 속하는 이 덩굴식물은 껍질에서 단맛, 과육에서 신맛, 씨앗에서 쓴맛과 매운맛, 그리고 전체 즙에서 짠맛이 난다. 한방에서는 이 오미(五味)가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고루 자극해 신체 균형을 맞춘다고 해석했다.

오미자의 유효 성분을 가장 잘 섭취하는 방법은 냉침(冷浸)이다. 말린 오미자 약 20g을 찬물 1리터에 담가 냉장고에서 10시간 이상 천천히 우려낸다.

열을 가해 끓일 경우 쓴맛과 떫은맛이 강해지고 유효 성분이 파괴될 수 있다. 따라서 냉침을 통해 맑은 붉은색과 부드러운 맛을 살리는 것이 좋다. 단맛을 보충하기 위해 꿀, 배즙, 대추 등을 첨가할 수 있다.

오미자청(시럽) 형태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는 것도 보편적이다. 다만 성질이 다소 차갑다고 알려져 있다. 평소 위장이 약하거나 속이 냉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고 하루 한두 잔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권장된다.

가축 사료에서 두뇌 영양제로 위상이 바뀐 오미자는 현대 과학을 통해 그 가치를 새롭게 입증하고 있다. 전통적인 피로 해소 음료를 넘어, 천연 항산화제이자 신경 보호 식품으로서 오미자의 활용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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