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마셨는데 왜 나만 효과 없지?…체중·대사가 갈라놓는 ‘오렌지주스’의 비밀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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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대사·유전자가 갈라놓는 서로 다른 변화

믹서기에 가는 오렌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하루를 시작하며 가볍게 마시는 오렌지주스 한 잔. 누구에게는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는 특별한 변화 없이 지나가는 습관으로 남는다. 똑같은 주스를 마시는데 왜 느끼는 효과가 이렇게 크게 갈릴까.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이 질문에 뜻밖의 답을 내놓고 있다. 몸속에서 특정 성분을 처리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전혀 다르며, 심지어 체중이나 대사 상태에 따라 ‘켜지는 유전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단순한 기분이나 개인차를 넘어, 하루에 마시는 한두 잔의 오렌지주스에 대해서조차 각자 다른 신호를 보내게 만든다.

같은 주스를 마셔도 다른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오렌지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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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스 속에는 헤스페리딘·나린게닌처럼 몸의 신진대사 경로를 조절하는 플라보노이드가 담겨 있다. 이 성분들은 지방 합성을 억제하거나 미토콘드리아 생성을 촉진하고,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전환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성분들이 ‘어떻게’ 작동하느냐가 사람마다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체중, 성별, 유전자, 장내 미생물 구성까지 서로 달라 같은 성분이라도 각각의 신체에서 다른 스위치를 건드리게 된다.

결국 똑같은 음료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염증을 낮추는 반응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지방 대사 경로가 먼저 움직이는 반응이 나타난다.

체중에 따라 다른 유전자 스위치

오렌지주스
오렌지주스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와 브라질 상파울루대 공동 연구는 이 차이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20명에게 60일 동안 매일 500mL의 100% 오렌지주스를 마시게 하고 혈액 속 면역세포 반응을 추적했다. 그 결과 1700개가 넘는 유전자가 유의미하게 변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체중별 반응의 선명한 차이다. 정상 체중 그룹에서는 염증 관련 유전자 경로가 완화되는 반면, 과체중 그룹에서는 지방 대사·지방세포 분화와 관련된 유전자가 활성화됐다. 같은 주스를 같은 기간 마셨는데도 몸속에서 켜지는 반응이 완전히 갈라진 셈이다.

임상 연구들이 보여준 오렌지주스의 또 다른 가능성

오렌지주스
오렌지주스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화를 보여준 사례지만, 실제 임상 지표에서 관찰된 변화들도 존재한다.

그리스에서 이뤄진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비타민D와 프로바이오틱스를 강화한 오렌지주스를 과체중 성인에게 8주간 제공한 결과, 평균 1.4kg 체중 감소와 LDL 콜레스테롤 7mg/dL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함께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칼로리 식단과 오렌지주스를 병행한 비만 참가자들이 12주 후 평균 6.5kg을 줄였고, 염증 지표와 혈당 조절 능력까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즉, 오렌지주스 자체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특정 대사 조건과 함께할 때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잠재력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식단이 ‘맞춤형’으로 가야 하는 이유

오렌지, 오렌지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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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스 연구는 시작에 불과하다. 여러 학술 결과가 ‘같은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은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는 동일한 식단을 먹은 사람들의 염증·지방 대사 유전자가 체중과 대사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에서는 유전자 변이가 지방·탄수화물 대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대만 타이페이대 의대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폴리페놀·식이섬유를 분해하는 방식에 따라 염증 억제 및 지질 대사 효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는 같은 고지방 식단이라도 수컷 생쥐와 암컷 생쥐가 전혀 다른 유전자 반응을 보였고, 스탠퍼드대의 쌍둥이 연구에서는 나이에 따라 염증·노화 관련 유전자 경로가 달라지는 것이 확인됐다. 결국 음식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요소는 유전자·성별·나이·장내 미생물까지 다양하다.

오렌지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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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스를 마시면 왜 어떤 사람은 염증이 완화된 듯한 반응을 보이고, 또 누구는 지방 대사와 관련된 변화가 먼저 나타날까. 그 답은 더 이상 ‘개인차’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생물학적 메커니즘 속에 있다.

유전자와 대사 상태, 장내 미생물, 성별과 나이까지 각각의 변수는 같은 음식을 완전히 다른 경험으로 만든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개인별 반응의 차이가 식단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영양학이 ‘맞춤형’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

매일의 한 잔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알고 싶다면, 이제는 음식이 아닌 ‘나’의 조건을 먼저 살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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