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여름 보양식 ‘옻닭’, 알고 보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음식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과거엔 괜찮았어도 재노출 시 더 위험
식약처 관리 성분 ‘우루시올’의 면역학적 원리 분석

옻닭
옻닭 / 게티이미지뱅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땀으로 지친 몸의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보양식을 찾는다. 삼계탕, 장어구이와 함께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는 음식이 바로 옻닭이다.

옻나무 껍질을 넣고 푹 끓여내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이 음식은 예로부터 더위를 쫓는 특별식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보양’이라는 이름 뒤에는 ‘독성’이라는 또 다른 얼굴이 숨어있다. 옻은 위장을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전통적 평가와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는 강력한 항원이기도 하다.

과거에 아무 문제 없이 옻닭을 즐겼던 사람조차 어느 날 갑자기 온몸이 가려운 발진으로 뒤덮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 옻닭이 왜 누구에게나 안전한 음식이 아닌지, 그 과학적 이유를 깊이 들여다본다.

옻의 두 얼굴 – 약성과 독성의 원인 ‘우루시올’

옻나무
옻나무 / 푸드레시피

옻나무는 예로부터 귀한 약재이자 도료로 사용되어 왔다. 동의보감에는 옻이 어혈을 풀고 위장을 편안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옻칠을 한 가구는 수천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방수성과 방충성을 자랑한다.

이처럼 이로운 작용의 이면에는 강력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우루시올(Urushiol)이 존재한다.

이 성분은 피부에 닿거나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자극해 전신성 접촉피부염(Systemic Contact Dermatitis)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옻칠 문화가 발달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옻칠 가구나 자연 속 옻나무와의 접촉을 통해 우루시올에 대한 ‘1차 감작’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크다.

옻닭
옻닭 / 게티이미지뱅크

‘감작’이란 특정 항원에 대해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이것은 적이다”라고 기억해두는 과정이다. 이 상태에서 옻닭을 섭취해 우루시올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기억 T세포들이 전신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과민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공전을 통해 “식품에 사용하는 옻나무는 우루시올이 검출되지 않도록 가공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식당이나 가정에서 직접 조리하는 경우 이 기준이 지켜지지 않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 현장의 경고, ‘괜찮았던 사람도 안심은 금물’

옻닭
옻닭 /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이러한 위험성은 꾸준히 확인된다. 2022년 중앙대학교광명병원 피부과 유광호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옻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가장 흔한 사례는 보양식으로 옻닭 등을 섭취한 후 발생한 전신성 접촉피부염이었다.

옻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되면 피부에 붉은 반점이나 구진이 돋아나고 극심한 가려움증과 따가운 통증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 진물이 나거나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일부 심한 환자에게서는 간 수치가 급상승하는 등 내부 장기 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단순 피부 질환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

가장 무서운 점은 면역계의 ‘기억’이다. 한 번 증상이 없었다고 해서 다음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우루시올을 한 번 적으로 인식하면 그 정보를 절대 잊지 않는다.

따라서 재노출 시에는 처음보다 훨씬 격렬하고 빠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처음엔 괜찮았다는 안일한 믿음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보양’에 앞서 ‘안전’을 생각할 때

옻닭
냄비에 끓이는 옻닭 / 푸드레시피

옻닭은 분명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전통 음식이지만, ‘보양식’이라는 명분이 개인의 체질과 알레르기 반응의 위험성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특히 특정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건강 문제다.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남들이 좋다는 음식만을 좇는 것은 건강을 위한 지혜가 아니다. 올여름, 보양식을 선택하기에 앞서 그 재료의 특성과 나의 몸 상태를 먼저 살피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만약 옻닭을 섭취한 후 조금이라도 가려움이나 피부 발진 등 이상 증세가 느껴진다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