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중앙대 공동 연구로 세계 최초 규명
‘진홍’ 등 단감 품종서 특히 높아

가을의 문턱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과일 감. 우리는 흔히 감을 먹을 때 껍질을 깎아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습관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국내 연구진이 그동안 폐기물로 취급되던 감 껍질에 노화 방지에 탁월한 항산화 성분이 과육보다 최대 3배나 더 풍부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식물생명공학과 이상현 교수팀과 농촌진흥청 이별하나 박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국내에서 재배되는 감 25개 품종의 껍질과 과육 성분을 정밀 분석했다.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라는 정밀 분석법을 활용한 결과, 감 껍질에 우리 몸의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 산소 생성을 억제하는 카로티노이드 계열 색소가 고농도로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감 껍질에서 확인한 핵심 항산화 성분은 β-카로틴, β-크립토잔틴, α-카로틴, 루테인 등이다. 이 중 β-카로틴과 β-크립토잔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면역력을 높이고 눈 건강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분인 루테인은 스마트폰 등에서 나오는 청색광으로부터 눈의 망막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이러한 기능성 색소는 모든 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결과, 떫은감(PVA) 품종보다는 단감(PCNA) 품종의 껍질에서 총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월등히 높았다.

국내에서 육성한 신품종인 ‘진홍’의 껍질에서는 275.9 μg/g, 일본 도입 품종인 ‘매가마지로’ 껍질에서는 263.7 μg/g이라는 높은 수치가 측정되어 최고의 기능성 품종으로 떠올랐다.
연구를 이끈 이상현 교수와 이별하나 박사는 “이번 연구는 감 껍질이 더 이상 버려지는 부산물이 아니라, 유용한 기능성 성분이 집약된 식재료임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한 것”
이라며 “특히 항산화 성분 함량이 높은 ‘진홍’과 ‘매가마지로’ 품종은 향후 건강기능식품이나 천연 화장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활용될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감 껍질,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감을 섭취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껍질을 깨끗이 씻어 말린 뒤, 따뜻한 물에 우려 ‘감껍질차’로 즐기는 것이다.
껍질째 쫀득하게 말려 ‘감말랭이’나 곶감을 만드는 것도 영양을 온전히 섭취하는 좋은 방법이다. 곱게 말려 분쇄한 껍질 가루는 빵이나 떡을 만들 때 천연 색소로 활용하거나 각종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껍질째 섭취할 때는 한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바로 잔류 농약 제거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감이 아니라면,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푼 물에 잠시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꼼꼼히 씻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예로부터 감은 풍부한 비타민 C로 면역력을 높이고, 탄닌 성분으로 장 건강을 돕는 이로운 과일로 사랑받아왔다.
이제 감 껍질의 놀라운 효능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우리는 이 가을의 보석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전히 즐겨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갖게 되었다.
무심코 버렸던 작은 껍질 한 조각에 담긴 건강의 비밀을 발견하는 것은 올가을, 감을 맛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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