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량 90%가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하게 된 명태 시장의 변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 어귀마다 쌓여 있던 명태가 이제는 흔적을 찾기 어려워졌다. 한때는 생태찌개와 동태전, 황태 해장국까지 서민식탁의 중심이었던 생선이 최근 들어 한 마리에 4천~5천 원을 넘기며 ‘금태’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특히 올해 들어 국제 물류비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면서 명태 가격은 다시 한 번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이제 명태는 “언제든 사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라, 수입 상황에 따라 가격이 출렁이는 대표적인 고위험 식재료가 됐다.
이처럼 명태가 갑자기 귀한 몸이 된 배경에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닌, 국내 자원 고갈·수온 상승·러시아 의존 구조라는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명태 자원이 사라지면서 ‘국내 어획 0마리’

명태가 금값이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 바다에서 명태를 더 이상 잡을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1980년대만 해도 연간 20만 톤 이상이 동해에서 잡히며 강원도 항구의 상징이었던 명태는, 수온 상승과 산란환경 악화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결국 2019년부터는 자원 보호를 위해 국내 명태 어획이 전면 금지되었고, 공식 통계상 한국 해역에서의 명태 조업량은 사실상 ‘0’을 기록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어종 감소가 아니라, 한국 명태 시장이 전량 ‘수입 의존 체계’로 완전히 넘어간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국내 공급이 사라진 자리에는 러시아산 냉동 명태가 들어오면서 시장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90% 이상 러시아산

현재 한국에서 소비되는 명태의 약 90%는 러시아 극동 해역에서 잡힌 냉동 명태다. 명태는 대부분 블록 형태로 대량 냉동돼 수입되는데, 최근 몇 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국제 해운 보험료 인상, 선박 운항 감소 등이 맞물리며 물류비가 급등했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자, 수입업체의 부담이 그대로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명태는 일반 생선과 달리 해체·가공 과정에서 드는 인건비 비중이 매우 큰 품목이다. 수입 과정에서 한 번, 국내 가공 공장에서 또 한 번 비용이 붙으면서 단가가 두 배 가까이 뛰는 구조다. 공급이 조금만 흔들려도 도매시장 가격이 급등하고, 소매가가 순식간에 오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에서는 ‘저가 생선’, 한국에서는 ‘귀한 생선’

명태의 가격과 위상은 나라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알래스칸 폴락(Alaskan Pollock)’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유통되며, 어묵·맛살·냉동 너깃 등 대량 가공식품의 주 원료가 된다. 러시아에서도 값싸고 대중적인 생선으로 취급된다.
반면 한국에서는 명태가 가공품보다 ‘원물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강한 나라다. 생태·동태·황태·코다리·노가리로 이어지는 다양한 조리 문화가 발전해, 수입 명태가 귀해질수록 원물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특히 겨울철 생태탕, 황태 해장국처럼 계절성 강한 요리들이 한꺼번에 수요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수입량이 조금만 줄어도 체감 가격이 크게 뛰게 된다.
이처럼 동일한 어종이 국가마다 전혀 다른 가격과 위상을 갖는 이유는 식문화, 조리법, 소비 패턴의 차이에 있다. 한국이 명태의 ‘원형 소비’가 많은 반면, 해외는 ‘가공 중심 소비’가 대부분이어서 공급 충격이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생태·동태·황태…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명태의 맛과 활용법

명태는 하나의 어종이지만 가공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식재료처럼 활용된다. 먼저 생태는 갓 잡아 냉동하지 않은 상태여서 육질이 부드럽고 단맛이 살아 있다. 맑은 국물의 생태탕은 생태 특유의 청량한 감칠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반면 동태는 급속 냉동을 거치면서 수분이 일부 빠지고 조직이 단단해진다. 김치·두부·무와 함께 푹 끓여내는 동태찌개는 깊은 국물 맛이 장점이다.

황태는 겨울철 찬바람에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변해 감칠맛이 강해진다. 구이나 해장국으로 요리하면 특유의 고소함과 깊은 단맛이 도드라진다.
절반만 건조한 코다리, 아주 어린 노가리, 알과 곤이를 활용한 명란·곤이 요리까지, 명태는 “버릴 부위가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 불릴 만큼 활용 범위가 넓다.
앞으로 명태는 더 비싸질까

국내 어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명태 가격은 당분간 수입국의 생산량·국제 물류비·환율 변화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러시아산 의존도가 90%가 넘는 구조에서는, 국제 정세의 작은 변화도 소비자가격에 민감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 연안의 온난화 추세가 이어지면서 명태 자원이 회복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된다. 실제로 해수 온도가 1도만 높아져도 명태 산란이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장기적으로도 국내 재생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명태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전통 조리법과 수입 가공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수급만 안정되면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분간 명태는 예전처럼 ‘언제나 저렴한 국민 생선’이 아니라, 국제 시장 변수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민감한 식재료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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