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장식용인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천연 보약’으로 불리는 과일이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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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C 냉장 보관이 핵심인 이유

모과
모과 / 게티이미지뱅크

가을철 모과를 구입해 향기를 위해 거실이나 차 안에 두는 것이 최선일까. 답은 ‘아니오’다. 모과의 강한 향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신선도와 영양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보관 장소는 실온이 아닌 냉장고다.

9월 하순부터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는 특유의 향기로 가을의 정취를 더하지만, 올바른 보관과 활용법을 알아야 그 가치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향기 보존과 수분 증발 방지, 최적의 보관법

모과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모과 보관의 가장 큰 실수는 향을 즐기기 위해 실온에 장기간 방치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방향(芳香) 요법으로는 유효할 수 있으나, 식용을 목적에 둔다면 가장 피해야 할 방법이다.

모과는 껍질이 단단해 보이지만 상온에 노출되면 수분 증발이 빠르게 일어나 껍질이 쭈글쭈글해지며 신선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최상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방법은 모과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그 후 하나씩 종이나 키친타월로 감싸고 다시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종이는 과도한 수분은 흡수하면서 냉기에 직접 닿는 것을 막아준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4~5°C의 저온 저장이 이상적이며, 이 경우 한 달 이상 향과 수분을 보존할 수 있다. 또한 모과는 다른 과일의 숙성을 촉진하는 에틸렌 가스를 방출하므로 사과나 잎채소 등과 반드시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동의보감 속 근육 경련과 기관지 효능

모과
모과 / 게티이미지뱅크

모과는 예로부터 한방에서 중요한 약재로 사용됐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모과가 ‘위(胃)의 기운을 조화롭게 하고 설사와 구토를 멎게 하며, 특히 근육의 경련(轉筋, 전근)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전근’은 흔히 ‘쥐가 난다’고 표현하는 근육 경련이나 위경련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는 모과가 근육의 피로와 뭉침을 완화하고 관절통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모과의 따뜻한 성질(溫性)은 폐를 보호하고 기관지 건강을 돕는다고 여겨졌다. 한방에서는 찬 기운에 폐가 손상되었을 때 모과를 사용하여 기관지를 이완시키고 기침과 가래를 완화하는 데 활용했다. 환절기에 모과차를 권하는 것은 이러한 전통적인 지식이 반영된 것이다.

피로 해소와 면역력의 과학적 원리

모과
모과 / 게티이미지뱅크

모과의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가을철 피로 해소의 핵심 성분이다. 모과에는 사과산(Malic acid)과 구연산(Citric acid) 등 다양한 유기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체내 에너지 대사 과정인 ‘TCA 회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이 원활해지면 피로 물질로 알려진 ‘젖산(Lactic acid)’의 분해와 배출이 촉진되어 근육 피로를 더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모과에는 비타민 C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풍부하다. 이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특히 환절기에는 신체 면역 체계가 불안정해지기 쉬운데, 이러한 항산화 성분들이 세포 손상을 막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여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모과청부터 요리 소스까지 활용법

모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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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를 가장 대중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모과청을 담그는 것이다. 모과를 얇게 써는 과정은 단단한 과육 때문에 가장 힘든 단계지만, 맛과 향을 좌우한다.

씨앗에는 ‘아미그달린’이라는 미량의 독성 성분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에 얇게 썬 모과와 설탕(또는 꿀)을 1대1 비율로 켜켜이 쌓아 밀폐하고 서늘한 곳에서 수 주간 숙성시킨다.

완성된 모과청은 따뜻한 물에 타 모과차로 마시거나, 탄산수에 섞어 시원한 음료로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요리 업계에서도 모과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모과청이나 모과즙을 불고기나 닭고기 양념에 넣으면, 타닌 성분이 잡내를 잡고 펙틴 성분이 연육 작용을 도와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 특유의 산미와 향이 단맛과 조화를 이뤄 요리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모과는 생으로 먹기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저평가되기도 하지만, 올바른 보관법과 활용법을 안다면 가을철 건강을 지키는 훌륭한 ‘천연 보약’이 된다. 향기로운 모과를 냉장고에 신선하게 보관했다가 차나 요리로 활용하는 것은 건강한 겨울을 맞이하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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