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에 좋다는 건 알았지만…세계 최초 국내 연구진이 밝힌 바이러스 억제 ‘전통식품’

by 김혜은 기자

댓글 0개

입력

감염 세포만 골라 사멸 유도하는 ZBP1 경로 강화

홍삼
홍삼 / 게티이미지뱅크

홍삼이 독감에 좋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바이러스를 억제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이상준 교수팀이 홍삼이 A형 독감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구체적인 분자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홍삼이 체내 특정 단백질을 활성화해 감염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연구 결과는 2025년 국제 학술지 한국미생물학회에 게재됐으며, 그 작동 원리를 살펴봤다.

ZBP1 단백질 활성화해 감염 세포만 사멸 유도

홍삼
홍삼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이 밝혀낸 핵심은 ‘ZBP1(Z-DNA Binding Protein 1)’이라는 단백질이다. ZBP1은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감지하는 센서로 작동하는데, 홍삼을 섭취하면 이 단백질의 활성이 강화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발견이다.

ZBP1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발견하면 해당 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을 ‘세포 사멸’이라고 부르는데, 바이러스 공장이 된 감염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해 주변의 정상 세포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똑똑한 방어 시스템이다.

홍삼은 바로 이 ZBP1 경로를 강화함으로써 바이러스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독감 증상을 완화하는 셈이다.

기존 연구들이 “홍삼이 독감에 효과가 있다”는 결과만 보여줬다면, 이번 연구는 “어떤 경로를 통해 효과를 내는가”라는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홍삼을 활용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토대가 될 수 있다.

ZBP1 없으면 홍삼 효과 사라져

홍삼
홍삼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홍삼의 효능이 정말 ZBP1 단백질에 의존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ZBP1 단백질을 없앤 쥐에게 홍삼을 먹이고 A형 독감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것이다.

실험 결과는 명확했다. 일반 쥐는 홍삼 섭취 후 생존율이 증가하고 폐 손상이 감소했지만, ZBP1이 결핍된 쥐에서는 홍삼을 먹여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폐 손상 정도와 사망률이 홍삼을 먹이지 않은 쥐와 동일했다. 이는 홍삼의 항바이러스 효능이 반드시 ZBP1 경로를 거쳐서만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 덕분에 연구팀은 홍삉이 단순히 ‘면역력을 높인다’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특정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명확한 작용 기전을 가지고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향후 홍삼 성분을 활용한 표적 치료제 개발 시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독감 예방과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홍삼
홍삼 /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연구는 홍삼이 독감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넘어, 그 작용 원리를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홍삼이 감염된 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은 정상 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독감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타미플루나 리렌자 같은 약물은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인 반면, 홍삼은 감염 세포 자체를 제거하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이는 기존 치료제와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홍삼
홍삼 /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동물 실험 단계이므로,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홍삼을 얼마나, 어떤 형태로 섭취해야 ZBP1 활성화 효과가 최대화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도 진행 중이다.

홍삼은 체내 ZBP1 단백질을 활성화해 A형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만 선별적으로 사멸시키는 방식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사실이 UNIST 연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동물 실험에서는 ZBP1이 없으면 홍삼 효과가 사라져 이 경로의 의존성이 입증됐지만, 사람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체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