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쌈채소가 아니다” 여름 밥상 위 ‘보랏빛 보석’, 적겨자잎의 재발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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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매력 속 숨겨진 항산화 효능,
안토시아닌 풍부한 여름 채소의 모든 것

적겨자잎
밭에 있는 적겨자잎 / 푸드레시피

여름의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연약한 잎채소에게는 가혹한 시련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오히려 더욱 짙고 선명한 색을 뽐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채소가 있다. 바로 적겨자잎이다.

흔히 고깃집 쌈 채소의 하나로 여겨졌던 이 보랏빛 잎사귀는 최근 그 가치를 재평가받으며 미식가들의 식탁 위 귀한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아시아 히말라야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진 겨자과 식물인 적겨자잎은 뜨거운 태양 아래 광합성이 활발해질수록 특유의 와인빛이 더욱 깊어진다.

이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색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잎 끝의 부드러운 물결 모양과 강렬한 색감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그 진정한 매력은 입안에서 터져 나온다.

코끝을 톡 쏘는 알싸한 향과 아삭하게 씹었을 때 느껴지는 쌉쌀하면서도 개운한 매운맛은 다른 채소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여름의 열기 속 더욱 선명해지는 보랏빛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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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놓인 적겨자잎 / 푸드레시피

한때 삼겹살의 조연에 머물렀던 적겨자잎의 위상은 이제 프리미엄 샐러드 전문점과 고급 식료품점에서 주연급으로 격상되었다.

하지만 재배 면적이 넓지 않고 여름철 수요가 급증하는 탓에 공급이 불안정하여 가격이 치솟기도 한다. 한 포기에 수천 원을 호가하는 몸값은 더 이상 단순한 쌈 채소가 아님을 증명한다.

적겨자잎의 독특한 풍미는 육류 요리의 기름진 맛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생으로 먹을 때 그 매력이 극대화되지만, 열을 가하면 매운맛과 쓴맛이 잦아들고 은은한 고소함이 살아나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루콜라처럼 향신 채소로 분류될 만큼 강한 향은 음식의 단조로움을 깨고 새로운 차원의 맛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맛과 향을 극대화하는 적겨자잎 활용법

적겨자잎
접시에 담긴 적겨자잎 샐러드 / 푸드레시피

적겨자잎을 가장 순수하게 즐기는 방법은 역시 생식이다. 샐러드 볼 안에서 적겨자잎은 다른 푸른 잎채소 사이에서 시각적, 미각적 포인트가 된다.

쌉쌀한 맛은 리코타 치즈의 부드러움이나 방울토마토, 블루베리의 단맛과 만나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여기에 호두나 아몬드 같은 견과류를 더하고 발사믹 드레싱을 가볍게 뿌리면, 복합적인 맛과 향이 어우러진 근사한 요리가 완성된다.

물론 볶음이나 무침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빠르게 볶아내면 매운 기운이 부드럽게 중화되고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이때 간장과 다진 마늘, 참기름만으로 간을 해도 훌륭한 밥반찬이 된다. 더 오래 두고 즐기고 싶다면 절임 요리가 해답이 될 수 있다.

식초와 설탕, 소금을 섞은 물에 담가 새콤달콤한 피클로 만들거나, 멸치 액젓을 활용해 깊은 감칠맛의 장아찌로 숙성시켜도 별미다.

알고 먹으면 더 좋은, 적겨자잎의 영양학적 가치

적겨자잎
밭에 키우는 적겨자잎 / 게티이미지뱅크

짙은 보랏빛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풍부한 영양의 신호다. 안토시아닌은 세포 손상을 막고 노화를 억제하며, 체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햇빛에 민감하거나 잦은 피부 트러블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유익할 수 있다. 또한 적겨자잎에는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K가 다량 함유되어 칼슘 대사를 조절하고 혈액 응고 작용을 돕는다.

우리 몸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 역시 풍부하여 눈 건강과 면역 세포의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 농무부(USDA)의 자료에 따르면, 적겨자잎 100g에는 약 320mg 내외의 칼륨이 포함되어 있어 땀으로 미네랄 손실이 많은 여름철, 체내 나트륨 배출과 수분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적겨자잎
적겨자잎 /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섭취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십자화과 채소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 성분은 다량 섭취 시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므로, 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다면 과도한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특유의 매운맛이 위산 분비를 촉진할 수 있어 위가 약한 사람은 공복에 생으로 먹기보다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신선하게 보관하려면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고유의 식감과 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적겨자잎은 더 이상 고기 옆에 곁들이는 평범한 쌈 채소가 아니다. 여름의 태양을 머금고 완성된 강렬한 색과 맛, 그리고 우리 몸에 유익한 항산화 성분을 가득 담은 귀한 식재료다.

샐러드부터 볶음, 절임까지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한 적겨자잎을 식탁의 중심으로 초대해, 그 깊고 알싸한 매력을 온전히 경험해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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