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만 돌렸을 뿐인데…비린 맛이 올라오는 이유, ‘이것’ 때문이었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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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과 전자렌인지가 상극인 이유
오븐·약불 팬 재가열 추천

생선구이
생선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생선구이는 막 구웠을 때의 바삭함과 촉촉함이 생명이다. 하지만 바쁜 아침이나 늦은 밤, 남은 생선을 데워 먹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구는 대부분 전자레인지다. 문제는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식감 저하뿐 아니라 냄새 확산, 과열에 따른 품질 손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생선일수록 전자레인지와의 궁합이 좋지 않다. 전자레인지의 빠르고 불균일한 가열 방식은 생선 단백질 구조에 영향을 주고, 불쾌한 냄새를 더 크게 퍼뜨리기 때문이다. 겨울철 환기까지 어려운 시기라면 상황은 더욱 난감해진다.

전자레인지 재가열이 무조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조리 온도와 시간 조절을 잘못하면 맛과 안전성이 동시에 떨어질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생선만 전자레인지와 유독 ‘상극’일까

생선구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생선은 단백질 조직이 섬세해 열에 민감하다. 전자레인지처럼 안쪽은 천천히, 바깥쪽은 급격히 가열되는 방식에서는 중심부가 데워지기 전에 이미 겉부분이 과하게 익어 퍽퍽해진다.

여기에 생선 지방이 고온에서 빠르게 녹아 나오며 텁텁한 맛이 강해지고, 원래의 촉촉한 식감은 거의 남지 않는다. 연어, 가리비, 새우 같은 해산물도 마찬가지로 쉽게 마르거나 질겨진다.

또 하나의 문제는 냄새다. 생선의 기름과 단백질이 급속 가열될 때 비린 향이 증폭되는데, 이는 굽는 과정보다 훨씬 진하고 오래 남는다. 전자레인지 내부는 물론 주방 전체로 확산되어 제거가 쉽지 않다.

과열 시 발생할 수 있는 물질

생선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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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오래 조리할 경우 벤조피렌 같은 물질이 미량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벤조피렌은 직화 조리에서 주로 생성되며, 전자레인지에서의 발생량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수분이 적고 기름이 많은 생선(고등어, 꽁치, 삼치 등)은 과열되면 부분적으로 탄화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서도 벤조피렌은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할 때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는 물질’로 분류된다.

즉,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전자레인지에서 과도하게 가열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가 된다.

오븐·팬 재가열이 맛을 살리는 이유

삼치구이
삼치구이 / 게티이미지뱅크

전문 셰프들은 생선과 해산물 재가열 시 전자레인지 대신 오븐이나 팬을 권한다. 이 방식은 ‘다시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예열해온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오븐에서는 생선을 종이 포일이나 포일에 느슨하게 감싼 뒤 물이나 육수, 화이트 와인을 한 스푼 넣어준다. 150~160도의 낮은 온도에서 10분 정도 천천히 데우면 수분층이 유지되어 촉촉한 식감이 살아난다.

프라이팬에서는 약불로 달군 후 생선을 올리고 뚜껑을 덮어 수증기 열로 살살 데운다. 겉이 타지 않고 내부 온도만 자연스럽게 오른다. 냄새도 전자레인지에 비해 훨씬 덜하다.

어쩔 수 없이 전자레인지 사용해야 한다면

생선구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전자레인지 사용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짧은 시간과 낮은 온도(약한 출력)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랩이나 전용 커버로 덮어 수분 증발을 막으면 건조해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때 채소와 함께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국대 성정석 교수팀 연구에서는 상추, 양파, 셀러리, 미나리가 벤조피렌 체내 독성 감소(약 15~20%)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역시 구이류 섭취 시 채소, 홍차, 딸기 등을 곁들이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생선구이를 전자레인지에 넣는다고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맛, 식감, 냄새, 과열 위험을 고려하면 다른 재가열 방법이 훨씬 유리하다. 특히 겨울철 문 닫힌 주방에서 전자레인지 특유의 냄새까지 감안하면, 오븐이나 약불 팬 데우기가 훨씬 안전하고 맛도 좋아진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과열만 피하면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다음번에 생선을 데워야 한다면, 오늘 배운 한 가지 원칙만 기억해 두자. 전자레인지라면 짧게, 오븐·팬이라면 천천히. 그 작은 차이가 한 끼 만족도를 크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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