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능’ 당연히 켜두는 줄 알았는데…알고 보니 밥을 ‘지방 덩어리’로 만든다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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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 보관, 저항성 전분 2.5배 증가
보온 12시간 초과 시 섭취 주의

보온기능
밥솥 보온기능 / 게티이미지뱅크

밥솥 보온 기능을 장시간 사용하는 가정이 많지만, 이 습관이 밥의 영양 가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갓 지은 밥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냉장 보관했다가 먹으면 혈당 관리와 포만감에 유리한 저항성 전분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저항성 전분은 소화 효소의 분해를 피해 소장을 지나 대장까지 이동하는 전분으로, 식이섬유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핵심은 온도 조건이다. 어떤 방식으로 식히고 보관하느냐에 따라 같은 밥이라도 영양적 효과가 달라진다.

저항성 전분이 만들어지는 원리

쌀밥
쌀밥 / 게티이미지뱅크

갓 지은 밥에는 호화된 전분, 즉 α 전분이 풍부하다. 이 상태에서 냉각이 이루어지면 아밀로오스가 재결정화되면서 저항성 전분(RS3)이 생성된다.

특히 냉장 온도인 1~4°C 환경에서 이 재결정화가 활성화되며, 최소 6시간 이상 보관해야 저항성 전분이 충분히 형성된다.

이 덕분에 냉장 보관한 밥은 갓 지은 밥보다 저항성 전분이 최대 2.5배 이상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성 전분은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고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며, 포만감을 높여 당뇨 및 체지방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셈이다.

반면 밥솥 보온 온도는 60~70°C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이 온도에서는 전분 재결정화가 일어나지 않아 저항성 전분 생성 자체가 차단된다. 보온 상태를 오래 유지할수록 저항성 전분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저항성 전분 극대화하는 냉장 보관법

밥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저항성 전분 효과를 높이려면 보관 순서가 중요하다. 갓 지은 밥을 소분한 뒤 실온에서 약 10분간 식히고, 이후 냉장(1~4°C)에서 6~24시간 보관하는 것이 기본 방법이다.

냉동 보관은 영하 온도에서 전분 재결정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저항성 전분 생성에는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다만 냉장에서 충분히 저항성 전분이 형성된 밥을 이후 냉동하면, 생성된 저항성 전분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전자레인지로 재가열하더라도 저항성 전분 구조는 상당 부분 유지되며, 수분과 출력 조건에 따라 오히려 저항성 전분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밥을 데워 먹더라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밥솥 보온 사용 시 식품 안전 기준

쌀밥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저항성 전분과 별개로, 밥솥 보온 기능을 사용할 때는 식품 안전 기준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60°C 이상을 유지하면 바실루스 세레우스 등 대부분의 세균 증식은 억제되지만, 최대 12시간 이내 사용이 권고된다.

장시간 보온 시 주의해야 할 것은 바실루스 세레우스가 생성하는 독소다. 이 독소는 100°C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내열성이 있어, 장시간 보온 후에는 재가열하더라도 독소를 제거하기 어렵다. 보온 12시간을 초과한 밥은 섭취를 피하는 게 안전하다.

냉장 보관 습관 하나로 같은 밥에서 혈당 조절과 포만감이라는 두 가지 이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냉장 온도와 보관 시간을 지키는 것이며, 무조건 오래 두는 것보다 적정 조건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당뇨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저항성 전분 효과가 더욱 의미 있을 수 있지만, 개인 건강 상태에 따라 식이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 상담을 병행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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