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맛 하나 없는 토마토 주스까지”… 알고 보니 ‘이 함량’ 권장량 훌쩍 넘겼다

by 한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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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 없어도 나트륨 권장 섭취량 위협
저염식 실천하려면 이렇게 해야

토마토 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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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은 특정 음식이 짜지 않으면 나트륨 함량이 낮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단맛이 나는 핫케이크나 신선하게 느껴지는 토마토주스조차 세계보건기구(WHO)의 일일 권장 섭취량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나트륨이 현대 가공식품 산업에서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식품의 과학적 기반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맛과 보존의 핵심, 나트륨의 과학

빵
게티이미지뱅크

가공식품 라벨에 표기된 나트륨은 소금(NaCl) 형태로 첨가되어 최소 세 가지 이상의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첫 번째는 미생물 제어를 통한 보존성 향상이다. 소금의 나트륨 이온은 삼투압 현상을 일으켜 식품 속 미생물 세포의 수분을 빼앗아 증식을 억제한다. 이는 햄, 소시지, 치즈, 캔 제품 등이 장기간 상온에서 유통될 수 있는 핵심 원리다.

두 번째는 물리적 구조 형성, 즉 식감을 개선하는 기능이다. 제빵 과정에서 소금은 글루텐 가닥을 강화하여 반죽을 더 탄력 있고 튼튼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빵이 더 잘 부풀어 오르고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갖게 된다. 치즈 숙성 과정에서는 나트륨이 수분 활성도를 조절하고 단백질 분해 효소의 작용을 제어하여 고유의 질감과 형태를 완성한다.

세 번째 역할은 복합적인 풍미 조절이다. 나트륨은 짠맛을 내는 동시에 쓴맛과 같은 불쾌한 맛은 억제하고, 단맛이나 감칠맛은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핫케이크 가루나 토마토주스에 나트륨이 다량 함유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재료가 가진 미세한 쓴맛이나 풋내를 가리고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다.

달콤함과 신선함 뒤에 숨은 나트륨 수치

핫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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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과학적 원리 때문에 소비자들은 의외의 식품에서 높은 나트륨 함량을 마주하게 된다. 앞서 언급된 핫케이크 가루는 100g당 400~700mg의 나트륨을 포함할 수 있으며, 일부 토마토주스는 330g 한 캔에 900mg이 넘는 나트륨이 들어있다. 이는 WHO의 일일 권장량 2,000mg의 각각 35%, 45%에 달하는 수치다.

보존성이 중요한 참치캔은 200g 제품 하나에 약 800mg(권장량의 40%), 토마토 파스타 소스는 한 컵에 1,000mg(권장량의 50%)의 나트륨을 함유하기도 한다.

여기에 미트볼이나 소시지를 추가하면 한 끼 식사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초과하기 쉽다. 건강식으로 알려진 가공 치즈, 샐러드 드레싱 역시 맛과 보존을 위해 상당량의 나트륨이 사용되므로 영양정보표 확인이 필수적이다.

개인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나트륨 과잉 섭취의 영향

소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나트륨의 과다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켜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이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관련 질환 치료에 드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식품 산업계 역시 딜레마에 빠져있다. 소비자들은 건강을 위해 저염 제품을 원하면서도, 막상 나트륨을 줄인 제품의 맛과 식감, 짧아진 유통기한에는 불만을 표하는 경향이 있다.

나트륨을 대체하기 위해 염화칼륨(KCl) 등이 연구되고 있지만, 특유의 쓴 뒷맛 때문에 적용에 한계가 있다. 맛과 건강, 보존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식품 공학의 오랜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기업·소비자, 나트륨 줄이기 위한 공동의 노력

가공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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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통해 식품업체들과 협력하여 제품의 나트륨 함량 기준을 설정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외식업체의 저염 메뉴 개발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소비자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식품 구매 시 영양정보표의 ‘%영양성분 기준치’를 확인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나트륨의 기준치는 2,000mg이므로, 이 수치가 20%를 넘는다면 한 끼 식사로는 다소 높은 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통조림 제품은 내용물을 물에 한 번 헹구는 것만으로도 나트륨 함량을 15~20% 줄일 수 있다. 또한 소금 대신 허브, 향신료, 마늘, 양파 등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하고, 짠맛에 대한 미각이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싱겁게 먹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식품 속 나트륨 문제는 단순히 짜게 먹는 식습관을 넘어, 현대 식품 산업의 구조와 소비자의 인식, 사회적 비용이 복잡하게 얽힌 다층적인 과제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기술 개발 노력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인 변화는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에서 비롯된다.

식품 라벨 뒤에 숨겨진 과학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식단을 관리하는 개개인의 노력이 모일 때,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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