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잎까지 약이 되는 섬바디
재배부터 섭취까지 알아두면 쓸모 있는 정보

우리나라 동쪽 끝, 거친 해풍과 독특한 화산 지형이 빚어낸 생태계의 보고 울릉도에는 그곳에서만 자라는 특별한 식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번 뿌리내리면 해마다 봄의 소식을 알리며 풍성한 잎을 내어주는 강인한 생명력의 나물이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섬바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구황식물로 척박한 시절의 허기를 달래주던 역사적 가치부터 독특한 풍미를 지닌 식재료, 그리고 현대 과학이 주목하는 약용 가치까지, 울릉도가 품은 보물 섬바디의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울릉도의 바람이 키운 토종 허브, 섬바디의 정체

섬바디의 학명은 ‘Dystaenia takesimana’로, 이름에서부터 울릉도(다케시마의 옛 일본식 명칭)가 원산지임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최대 2m까지 훤칠하게 자라며 여름이면 하얀색 작은 꽃들이 모여 우산 모양의 커다란 꽃차례를 이룬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울릉도 현지에서는 돼지가 그 뿌리를 잘 파먹는다 하여 ‘돼지풀’이라 부르기도 하고, 생김새와 쓰임새가 비슷해 ‘울릉강활’이나 ‘두메기름나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해왔다.
이는 섬바디가 단순히 희귀식물을 넘어 얼마나 친숙하고 유용한 존재였는지를 보여준다.
쌉쌀한 듯 상쾌한 맛, 생쌈부터 묵나물까지

섬바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독특한 맛과 향에 있다. 독성이 없어 이른 봄에 돋아나는 연한 순은 날것 그대로 쌈 채소로 즐길 수 있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상쾌함이 일품이다.
흔히 미나리의 청량함과 당귀의 쌉쌀한 향이 은은하게 섞인 듯한 풍미로 묘사되며,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내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이 독특한 향은 육류와 함께 쌈으로 먹을 때 특히 잘 어우러져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맛을 돋운다.
살짝 데쳐서 조물조물 무치거나 볶음, 국거리로 활용하면 쓴맛이 줄고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를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 다시 돋아나는 잎 또한 나물로 활용이 가능하다. 잎을 말려 차로 우리면 그윽한 향을 즐기는 건강차가 된다.
전통과 현대가 주목하는 약용 가치와 강인한 생명력

섬바디는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것을 넘어 예로부터 귀한 약재로도 활용되어 왔다.
한의학에서는 섬바디의 뿌리를 일전호(日前胡) 또는 울릉도의 ‘울’자를 강조한 울근(鬱根)이라는 약재명으로 부르며, 그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달다고 본다.
전통적으로 해열, 진통, 거담 작용이 있어 기관지염이나 감기, 두통 완화에 사용해왔다고 전해진다. 또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며, 몸속 독소를 풀어내는 해독 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섬바디가 함유한 풍부한 항산화 물질 등 그 성분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도 그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쓰임새보다 더 놀라운 것은 섬바디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한 번 심으면 평생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바로 죽지 않는 여러해살이 뿌리에 있다.

육지에서 자라는 비슷한 식물인 ‘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은 보통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고 나면 그 뿌리가 썩어 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섬바디는 추위에도 매우 강할 뿐만 아니라, 꽃이 지고 난 후에도 뿌리가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 해마다 더욱 튼튼하게 자라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배수가 잘 되는 양지바른 곳에 한번 자리를 잡아주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매년 봄, 가을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번식 또한 씨앗 파종이나 뿌리 나누기(포기 나누기)로 쉽게 가능하여 텃밭이나 정원에 심어두고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식물이다.
울릉도의 자연을 품은 소중한 우리 자원

구한말, 울릉도로 이주한 개척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구황식물에서 출발한 섬바디는 이제 독특한 풍미를 지닌 식재료이자 다양한 가능성을 품은 약용 식물로 우리 곁에 다시 서 있다.
이는 단지 하나의 나물을 재발견하는 것을 넘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은 우리 고유 식물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우리 땅의 기후와 역사 속에서 고유한 특성을 지니게 된 섬바디와 같은 토종 식물들을 식탁과 정원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우리의 음식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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