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서 사온 참깨를 싱크대 위에 두었다가 어느 순간 쩐내가 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개봉한 뒤 상온에 방치하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품질이 떨어진다.
참깨 지방의 80% 이상은 올레산·리놀레산 같은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산소와 만나면 산화가 시작된다. 특히 온도가 10도 오를 때마다 산화 속도가 약 2배씩 빨라지는데, 여름철 싱크대 위는 이 조건을 고스란히 충족한다. 문제는 보관 장소다.
참깨가 쉽게 상하는 이유

불포화지방산은 구조적으로 산화에 취약해 공기·열·빛에 노출되면 알데히드·케톤류 같은 산패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쩐내의 정체다.
참깨에는 세사민·세사몰·세사몰린 등 리그난계 항산화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어느 정도 산화를 늦춰주지만, 개봉 후 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이 성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갈은 깨는 분쇄 과정에서 표면적이 수십 배 늘어나기 때문에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그만큼 커져 통깨보다 훨씬 빠르게 산패가 진행된다.
단기는 냉장, 장기는 냉동이 기준

개봉 후에는 반드시 밀폐용기에 옮겨 담고 냉장 보관하는 것이 기본이다. 0~5도의 냉장 온도는 산화 속도를 효과적으로 늦추는데, 야채칸처럼 온도 변화가 적은 곳이 적합하다.
한 번에 많이 구입했거나 오래 두고 쓸 생각이라면 냉동이 낫다. 영하 18도 이하에서는 지질 산화 반응이 대폭 억제되기 때문이다.
다만 냉동할 때는 소분해서 공기를 최대한 뺀 뒤 밀폐하는 게 핵심이고, 꺼낼 때는 사용할 양만 덜어낸 뒤 나머지는 즉시 재냉동해야 한다.
용기째 실온에 두면 결로가 생기면서 습기가 들어가기 쉽다. 직사광선도 산화를 가속하므로 불투명 용기를 쓰거나 서늘한 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
눅눅해진 깨, 버리기 전에 확인할 것

보관 중 눅눅해진 깨라면 버리기 전에 소량을 씹어봐야 한다. 쓴맛이나 역한 냄새가 나면 산패가 진행된 것이므로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반면 습기만 찼을 뿐 냄새가 정상이라면 프라이팬에 약불로 살짝 볶으면 향미를 어느 정도 되살릴 수 있다. 열을 가하면 마이야르 반응으로 고소한 향을 내는 피라진류가 다시 생성되기 때문인데, 산패가 많이 진행됐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참깨의 고소함은 성분에 있는 게 아니라 보관 방식에 달려 있다. 개봉한 순간부터 산화 시계가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면 된다.
밀폐용기 하나, 냉장 또는 냉동 공간 한 칸이면 충분하다. 작은 습관 하나가 참깨 한 봉지를 끝까지 고소하게 써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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