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구수한 둥굴레차가 이 나물?” 뿌리부터 순까지 버릴 것 없는 ‘황정’의 모든 것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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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뿌리 수확철 맞아 알아보는 둥굴레의 효능, 요리법
그리고 치명적인 독초 구별법

둥굴레
둥굴레 열매 / 푸드레시피

주전자에서 갓 우려낸 둥굴레차의 구수한 향기는 많은 한국인에게 편안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 익숙한 향의 주인공인 ‘둥굴레’ 식물의 모습을 아는 이는 드물다.

둥굴레(Polygonatum odoratum)는 차의 재료가 되는 뿌리뿐만 아니라 봄에 돋는 어린순까지 나물로 즐길 수 있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자원이다.

한자 이름 황정(黃精), 즉 ‘노란 정수’라 불리며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귀하게 여겨졌던 둥굴레의 진짜 가치를 가을 수확철을 앞두고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봄의 순채와 가을의 보약, 둥굴레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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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 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둥굴레는 한국 전역의 산과 들, 그늘진 숲 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봄이 오면 땅속에서 올라오는 통통하고 연한 어린순은 귀한 봄나물이 된다.

아스파라거스를 닮은 이 순은 둥굴레 종류에 따라 단맛이 돌기도 하고 쌉쌀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살짝 데쳐 쓴맛을 우려낸 뒤 나물로 무쳐 먹는다.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일품이며, 된장이나 고추장 등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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볶은 둥굴레 / 게티이미지뱅크

계절이 깊어져 가을이 오면 둥굴레의 진가는 땅속에서 빛을 발한다. 겨울을 나기 위해 영양분을 가득 저장한 뿌리줄기는 바로 둥굴레차의 원료이자 약재로 쓰이는 황정이다.

이때 수확한 뿌리가 맛과 향, 약효 면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둥글둥글 마디 지며 옆으로 뻗어 나가는 모양 때문에 ‘둥굴레’라는 이름이 붙은 이 뿌리에는 신진대사를 돕고 원기 회복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흙 속의 보물, 황정(黃精) 뿌리의 다채로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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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 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가을에 수확한 둥굴레 뿌리는 우리가 아는 구수한 차로 재탄생한다. 전통 방식은 여러 번의 정성을 거친다. 깨끗이 씻은 뿌리를 찜통에 쪄서 단맛을 응축시킨 뒤, 그늘에서 꾸덕하게 말린다.

이것을 다시 얇게 썰어 팬에서 노릇하게 볶아내면 비로소 깊고 부드러운 풍미의 둥굴레차가 완성된다. 시중의 티백 제품이 편리함을 주지만, 직접 덖어 만든 차의 향과 맛은 비교할 수 없는 깊이를 선사한다.

뿌리의 활용은 차에 그치지 않는다. 말린 뿌리를 곱게 갈아 쌀과 함께 끓여낸 황정죽은 소화가 편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보양식이다.

생뿌리를 얇게 썰어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두면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진 별미 장아찌가 되며, 소주에 담가 3개월 이상 숙성시킨 황정주는 반주로 곁들이며 약효를 즐기던 전통적인 방법이다.

‘신선의 음식’ 그 효능과 치명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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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 열매 / 게티이미지뱅크

둥굴레의 가치는 역사 속에서도 확인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황정(黃精)을 ‘태양의 정기를 받은 상약(上藥)’이라 칭하며 인삼에 버금가는 귀한 약재로 다뤘다.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하며 먹었고, 흉년에는 굶주림을 이기게 해주는 구황식물로 백성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둥굴레를 직접 채취할 때에는 목숨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바로 맹독성 식물인 은방울꽃과 혼동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은방울꽃은 심부전, 구토, 두통 등을 유발하는 ‘콘발라톡신(Convallatoxin)’과 같은 강력한 심장 독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섭취 시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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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굴레 열매 / 푸드레시피

국립산림과학원 등에서는 두 식물을 다음과 같이 구별할 것을 당부한다. 둥굴레는 하나의 줄기에서 잎들이 줄기를 감싸듯 양옆으로 어긋나게 자라지만, 은방울꽃은 뿌리에서 잎자루가 있는 잎 두세 장이 마주나듯 올라온다.

또한 둥굴레의 꽃대는 붉은빛을 띠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은방울꽃의 꽃대는 완전히 녹색이다. 확실히 구별할 수 없다면 절대 채취하거나 섭취해서는 안 된다.

둥굴레는 이롭지만 모두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적으로 속이 차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으며, 매실과 함께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익숙한 이름 뒤에 숨겨진 다채로운 얼굴과 오랜 역사를 가진 둥굴레. 자연이 주는 이로움과 위험을 명확히 구별하는 지혜야말로, 이 귀한 식재료를 안전하고 온전히 즐기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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