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노란 꽃을 피우는 ‘꽃다지’의 숨겨진 효능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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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와 꼭 닮은 외형, 하지만 맛과 효능은 다른 꽃다지

꽃다지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봄기운이 완연한 들판이나 밭둑을 거닐다 보면 냉이 군락 사이에서 유독 선명한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잡초로 여기지만, 이는 냉이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또 다른 봄의 진미, 바로 꽃다지다.

쌉쌀한 맛 대신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지닌 꽃다지는 냉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 잠재력을 품고 있다.

노란 꽃으로 구분하는 ‘진짜’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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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노란 냉이’라는 별명처럼 꽃다지(Draba nemorosa)는 우리가 흔히 아는 냉이(Capsella bursa-pastoris)와 생김새가 매우 흡사하다.

두 식물 모두 십자화과에 속하며, 뿌리에서 잎이 뭉쳐나 방석처럼 퍼지는 형태로 자란다. 하지만 둘은 식물분류학적으로 속(屬)이 다른, 엄연히 별개의 식물이다.

가장 확실한 구분법은 꽃의 색이다. 4월에서 6월 사이, 냉이가 하얀색 꽃을 피우는 반면 꽃다지는 이름처럼 앙증맞은 노란색 꽃을 줄기 끝에 모여 피운다. 잎의 모양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냉이의 잎은 민들레 잎처럼 가장자리가 깊게 파인 톱니 모양이지만, 꽃다지의 잎은 비교적 작고 톱니가 없는 주걱 모양에 가깝다. 풀 전체를 뒤덮은 빽빽하고 짧은 털 역시 꽃다지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쌉쌀함 대신 향긋함, 봄 식탁의 숨은 조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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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맛과 향에서도 꽃다지는 냉이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냉이 특유의 쌉쌀하고 톡 쏘는 강한 향이 봄의 미각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면, 꽃다지는 쓴맛이 거의 없고 은은한 향을 지녀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물 본연의 쌉쌀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꽃다지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꽃다지를 즐기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소금물에 살짝 데쳐 양념에 무쳐내는 것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고유의 향이 잘 살아난다. 하지만 쓴맛이 없는 특성 덕분에 생으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참기름과 고추장을 넉넉히 넣고 버무려 생채로 만들거나, 신선한 잎을 그대로 비빔밥에 듬뿍 넣어 그 향을 즐길 수 있다. 냉이처럼 김밥 속 재료로 활용하면 씹을 때마다 입안에 싱그러운 봄내음이 가득 찬다.

채취한 꽃다지는 흙을 잘 털어낸 뒤 젖은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하면 며칠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약재에서 찾은 꽃다지의 가치

꽃다지
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꽃다지는 오래전부터 식용뿐만 아니라 약재로도 활용되어 왔다.

동의보감과 같은 한의학 고서에서는 기침을 멎게 하고 소변 배출을 돕는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기록됐다. 특히 꽃다지의 씨앗 또한 약용으로 쓰였는데,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 있다.

흔히 기침을 다스리고 이뇨 작용을 돕는 한약재로 알려진 ‘정력자(葶藶子)’는, 식물학적으로 주로 다닥냉이(Lepidium apetalum)의 씨앗을 일컫는다.

꽃다지의 씨앗도 약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지만, 한방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는 정력자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비슷한 모양과 효능을 지닌 식물들을 폭넓게 활용해 온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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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지 / 국립생물자원관

현대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꽃다지의 가치는 유효하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의 자료에 따르면, 꽃다지에는 항산화 작용을 돕는 플라보노이드와 면역력 증진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포닌과 같은 유용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다만, 성질이 차갑다고 알려져 있어 몸이 약하거나 소화기가 예민한 사람은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냉이가 강렬한 향으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주자라면, 꽃다지는 은은한 풍미로 봄의 또 다른 깊이를 보여주는 식재료다.

우리 주변 들판의 작은 식물에 담긴 역사와 영양학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은 잊혔던 미각을 깨우고 우리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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