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국이라 불리던 나물”… 봄부터 가을까지 쓰임 많은 ‘쑥부쟁이’ 재발견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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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닮은 향, 부드러운 식감의 식용 들국화
쑥부쟁이의 효능과 숨겨진 이야기

쑥부쟁이
쑥부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 우리네 산과 들 가장자리에는 수줍은 듯 피어나는 연보랏빛 꽃들이 지천이다. 국화를 닮았지만 어딘가 더 소박하고 애틋한 모습의 이 꽃이 바로 쑥부쟁이(Aster yomena)다.

지금은 꽃으로 우리를 반기지만, 사실 이 식물은 이른 봄 연한 순을 뜯어 밥상에 올렸던 정겨운 나물이기도 하다. 쑥을 닮은 잎 모양과 부지깽이(취나물의 방언)처럼 나물로 먹을 수 있다는 특징이 합쳐져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아름다운 꽃과 부드러운 맛, 그리고 약재로서의 쓰임까지, 쑥부쟁이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슬픈 전설을 품고 피어난 보랏빛 꽃

눈갯쑥부쟁이
눈갯쑥부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쑥부쟁이에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딸에 얽힌 슬픈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숨겨주고 받은 산삼으로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 했지만, 그사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딸은 슬픔에 잠겨 세상을 떠났고, 그녀의 무덤가에 이듬해 연보랏빛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쑥부쟁이의 꽃은 화려함보다는 그리움과 애잔함의 정서를 품고 있는 듯하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쑥부쟁이는 뿌리줄기로 군락을 이루며 자란다.

곧게 뻗은 줄기는 50~100cm에 달하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긴 타원형의 잎이 어긋나게 달린다. 비슷한 식물인 개쑥부쟁이와는 꽃을 감싸는 총포 조각이 3줄로 가지런히 배열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봄의 향기를 간직한 부드러운 맛

쑥부쟁이 나물
그릇에 담긴 쑥부쟁이 나물 / 푸드레시피

쑥부쟁이가 나물로서 가장 빛을 발하는 시기는 꽃이 피기 전인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다. 이때의 어린순과 잎은 쓴맛이 거의 없고 식감이 매우 부드럽다.

들국화 특유의 쌉쌀함이 은은하게 스치지만, 쑥처럼 향이 강하지 않아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우러지는 장점이 있다.

가장 신선하게 즐기는 방법은 생무침이다. 연한 잎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뒤,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양념이나 간장 양념에 가볍게 버무리면 그 부드러운 식감과 향긋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찬물에 헹군 뒤 국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쳐내는 숙채는 가장 대중적인 조리법이다. 이 외에도 된장국의 구수한 맛을 한층 더하거나,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 볶아 먹으면 일 년 내내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약식동원의 지혜, 삼백국(三白菊)이라 불리다

쑥부쟁이
쑥부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쑥부쟁이는 단순한 나물을 넘어, 예로부터 약재로도 귀하게 쓰였다. 한방에서는 지상부를 말려 삼백국(三白菊)이라는 약재명으로 불렀다.

동의보감 등 옛 문헌에 따르면, 성질이 서늘하고 독이 없어 풍을 제거하고 해독 작용을 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감기나 기관지염에 활용되곤 했다.

현대 영양학적 관점에서 쑥부쟁이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식품성분표에 따르면, 생 쑥부쟁이 100g에는 눈 건강에 이로운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쑥부쟁이 나물
그릇에 담긴 쑥부쟁이 나물 / 푸드레시피

이처럼 쑥부쟁이는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주고 면역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라 할 수 있다.

가을 들판을 수놓는 한 송이 꽃에서부터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하는 나물, 그리고 몸을 보하는 약초의 역할까지. 쑥부쟁이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며 우리 곁을 지켜온 고마운 식물이다.

올가을, 들판에서 연보랏빛 쑥부쟁이 꽃을 마주한다면 그 안에 담긴 애틋한 이야기와 향긋한 맛을 함께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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