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은 쌈으로, 줄기는 장아찌로… 잡초인 줄 알았던 토종 허브의 재발견

여름의 열기가 한창인 8월의 논두렁과 밭둑을 거닐다 보면, 쑥갓을 닮은 듯하면서도 꼿꼿한 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풀을 마주칠 때가 있다. 바로 토종 허브 수까치깨(Mosla dianthera)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 향을 한번 맡으면 결코 잊을 수 없다. 들깻잎보다 한층 더 강렬하고 청량한 향기는 예부터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었던, 지금은 거의 잊혀진 여름의 맛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인 수까치깨는 한때 일부러 씨앗을 받아 키울 만큼 귀한 대접을 받던 향신 채소였다.

비록 지금은 야생에서 자라는 잡초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 맛과 향의 가치를 아는 이들은 여전히 여름이면 수까치깨를 찾아 나선다. 특히 전라남도나 경상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명맥을 이어오며 그 독특한 풍미를 지켜가고 있다.
수까치깨의 매력은 강렬한 향에 있다. 이 향기의 주성분은 페릴알데하이드(Perillaldehyde)로, 우리가 즐겨 먹는 들깻잎의 특징적인 향을 내는 바로 그 성분이다.

덕분에 수까치깨에서는 들깻잎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짙고 상쾌한 풀 내음이 난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균 작용을 가지고 있어, 음식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에 식재료의 보존성을 높이고 비린내를 잡는 천연 향신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수까치깨는 식물 전체를 버릴 것 없이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부드러운 잎과 단단한 줄기의 쓰임새가 다르다. 연한 윗부분의 잎은 생으로 뜯어 쌈 채소로 활용하는 것이 으뜸이다.
특히 기름진 삼겹살이나 구운 고기를 곁들일 때 수까치깨 잎을 함께 싸 먹으면, 그 강한 향이 느끼함을 말끔히 잡아주며 입안을 개운하게 정돈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국간장과 참기름, 다진 마늘만 넣고 조물조물 무쳐낸 수까치깨 나물은 소박하지만 더위에 지친 입맛을 되살리는 별미다.
반면 단단한 줄기는 저장성을 높이는 장아찌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질긴 아랫부분을 잘라내고 연한 윗줄기만 골라 데친 후, 구수한 시골 된장이나 막장에 박아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이 배어나는 된장장아찌가 완성된다.
혹은 간장, 식초, 설탕을 끓여 부어 만든 간장장아찌는 새콤달콤한 맛으로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렇게 만든 장아찌는 훌륭한 밑반찬이 되어 여름 내내 밥상을 든든하게 지켜준다.
이러한 전통적인 활용법은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다.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수까치깨를 해열과 소염, 위장 기능 개선에 사용해 온 기록이 있다.

이는 수까치깨의 핵심 성분인 페릴알데하이드가 가진 강력한 항균 및 항염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장 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소화를 돕는 이 성분의 효능이 경험적으로 알려져 민간에서 속이 더부룩하거나 배탈이 났을 때 나물이나 차로 활용해 온 것이다.
오늘날 수까치깨는 대형 마트나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식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토속 시장이나 직거래 장터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담아볼 가치가 있다.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과 진한 허브의 향기를 동시에 품고 있는 수까치깨는, 잊혀가는 우리 땅의 맛과 조상의 지혜를 상기시키는 한여름의 값진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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