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에 이걸 먹는다고?” 요즘 젊은 세대가 삼계탕 대신 먹는다는 보양식의 정체

by 김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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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보양식 트렌드 분석
전통의 강자 삼계탕·장어와 신흥 강자 찜닭·오리 요리

삼계탕
냄비에 끓는 삼계탕 / 푸드레시피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한국인의 여름나기 연례행사인 복날(伏날)이 돌아왔다. 올해 초복은 7월 20일, 중복과 말복은 각각 7월 30일과 8월 9일이다.

뜨거운 탕으로 더위를 이겨내는 ‘이열치열’의 지혜가 담긴 보양식(保養食) 문화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그 풍경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삼계탕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익숙하지만, 그 옆에서는 찜닭, 오리구이, 심지어 일본식 닭꼬치인 야키토리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메뉴로 원기를 보충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최근 공개한 ‘여름 보양식 소비 트렌드’ 데이터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전통 강자의 위상은 굳건하지만, 선택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

굳건한 전통, 평일엔 삼계탕 주말엔 장어

장어
구운 장어 / 푸드레시피

데이터에 따르면, 삼계탕장어는 여전히 여름 보양식의 양대 산맥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년 7~8월 기준, 보양식 매장 전체 대기 수요의 79%가 닭 요리 전문점에서 발생할 정도로 닭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특히 올해 7월 들어(1~15일) 삼계탕 검색량은 전월 동기 대비 176%나 급증하며 복날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소비 패턴은 요일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로 비교적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삼계탕은 평일 예약 비중이 높았다. 반면, 가족 외식이나 특별한 모임이 잦은 주말에는 장어 전문점 예약이 평일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장어
프라이팬에 굽는 장어 / 푸드레시피

이는 ‘평일 점심엔 동료와 삼계탕, 주말 저녁엔 가족과 장어구이’라는 새로운 보양식 공식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닭고기는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기력 회복에 효과적이며, 장어 역시 비타민 A와 E,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예로부터 대표적인 스태미나 음식으로 꼽혀왔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가 오랜 전통을 단단히 뒷받침하고 있다.

‘나만의 보양식’ 찾는 MZ세대, 찜닭과 오리의 부상

찜닭
찜닭 요리 / 푸드레시피

하지만 더 흥미로운 지점은 전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캐치테이블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7~8월 기준 ‘닭’이라는 키워드의 검색량은 ‘삼계탕’보다 5배나 많았다.

이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보양식=삼계탕’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찜닭, 닭갈비, 심지어 야키토리까지 다양한 닭 요리를 여름철 원기 회복 메뉴로 폭넓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경오리
자른 북경오리 / 푸드레시피

이러한 확장세는 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7월, 북경오리의 검색량은 전월 대비 23% 증가하며 장어(37% 증가)에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오리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체내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 A 함량이 높아 면역력 강화에도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새로운 보양식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야키토리
굽는 야키토리 / 푸드레시피

캐치테이블 관계자는 “과거 복날 시즌에는 삼계탕, 장어와 같은 전통 메뉴에 수요가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치킨이나 오리 백숙처럼 보다 다채로운 메뉴를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으로 땀을 흘리며 더위를 쫓는 오랜 지혜를 따르면서도, 때로는 달콤 짭짤한 찜닭으로, 때로는 고소한 오리고기로 ‘나만의 방식’을 찾아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메뉴의 다양화를 넘어, 획일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만족과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현 시대의 가치관이 여름 식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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