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수온 변화로 ‘전어 제철’이 앞당겨졌다
맛과 영양까지 잡은 여름 전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은 이제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가을의 진미로 여겨졌던 전어의 맛의 절정이 이제는 여름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 우리 바다의 계절을 바꾸고, 전통적인 제철 음식의 공식마저 새롭게 쓰고 있다.
데이터와 축제가 증명하는 ‘여름 전어’의 부상

변화의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양양 앞바다에서 한여름에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가 대량으로 잡히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수산물 전문가들 역시 “전어는 이제 여름에 먹어야 맛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더 이상 일부의 주장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어 금어기(5월 1일~7월 15일)가 끝난 직후인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의 전어 산지 위판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난류성 어종인 전어가 높아진 여름 바다 수온에 맞춰 일찍부터 왕성한 먹이활동을 시작하면서 어획 시기가 자연스레 앞당겨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지역 축제의 변화다. 전남 보성군과 경남 사천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어 주산지이지만, 이들 모두 전어 축제를 더 이상 가을에 열지 않는다.
보성과 사천 모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8월 중·하순에 ‘자연산 전어 축제’를 개최하며 ‘여름 전어’가 새로운 대세임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다.
‘뼈째회’의 진정한 매력, 여름에 빛나다

‘여름 전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일찍 살이 차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식가들은 가을 전어와는 다른 여름 전어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뼈의 질감이다.
산란기를 막 끝내고 왕성하게 성장하는 여름철 전어는 아직 뼈가 완전히 단단해지지 않아 훨씬 부드럽다.
이 덕분에 전어회의 백미로 꼽히는 ‘뼈째회(세꼬시)’로 즐길 때, 뼈가 씹힌다는 거부감 없이 오독오독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지방의 함량 역시 절묘하다. 가을 전어가 기름이 터질 듯한 풍성한 맛을 자랑한다면, 여름 전어는 적당히 오른 지방 덕분에 고소하면서도 풋풋하고 산뜻한 맛의 균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돈이 아깝지 않은 생선, 그 명성을 여름에 잇다

전어(錢魚)는 ‘돈 전(錢)’자를 쓰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로부터 그 맛이 뛰어나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 먹는 생선으로 유명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저서 ‘난호어목지’에 그 유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는 이토록 유서 깊은 생선의 가장 맛있는 계절을 가을에서 여름으로 옮겨 놓았다.
영양학적으로도 전어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DHA, 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건강과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며,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특히 뼈가 연한 여름 전어를 뼈째 먹으면 칼슘과 인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어 뼈 건강에도 매우 이롭다.
전어는 뼈째 썰어 된장, 마늘, 고추를 섞은 막장에 찍어 깻잎에 싸 먹는 회로 가장 많이 즐기며, 새콤달콤한 채소와 함께 무쳐낸 전어회무침은 잃어버린 여름 입맛을 되찾아 주는 별미다. 물론 통째로 구워낸 전어구이의 고소한 풍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가을 전어’라는 오랜 통념에서 벗어나 우리 바다가 보내는 새로운 신호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신선하고 맛이 오른 ‘진짜 제철’ 여름 전어가 무더위에 지친 우리의 입맛과 건강을 책임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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