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라 무시했는데 ‘슈퍼푸드’였다”… 혈관·치매까지 막아주는 쇠비름의 효능

by 한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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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오메가3의 왕 ‘쇠비름’

쇠비름
쇠비름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농사에 방해가 된다며 뽑아내기 바빴던, 심지어 돼지에게나 주던 풀로 여겨졌던 식물이 있다. 바로 쇠비름이다. 하지만 이 흔하디흔한 잡초는 사실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귀한 나물이었다.

오래 먹으면 장수한다는 믿음에서 ‘장명채(長命菜)’라는 고귀한 이름까지 얻었을 정도다. 그저 막연한 믿음이었을까? 현대 과학은 쇠비름이 품고 있는 놀라운 영양학적 가치를 증명하며, 잡초라는 오명을 벗고 슈퍼푸드로서의 재발견을 이끌고 있다.

생명력의 상징, ‘장명채’라 불린 이유

쇠비름
쇠비름 / 게티이미지뱅크

밭이나 길가, 돌 틈 사이에서도 끈질기게 자라나는 쇠비름의 강인한 생명력은 그 자체로 영양의 응축을 의미했다. 붉은빛이 도는 줄기는 땅을 기듯 넓게 퍼지고, 윤기가 흐르는 도톰한 잎은 마치 말의 이빨을 닮았다 하여 ‘마치현(馬齒莧)’이라 불리기도 했다.

6월부터 9월까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쇠비름은 쓴맛이 적고 아삭한 식감이 특징으로,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별미였다.

쇠비름
쇠비름 / 게티이미지뱅크

선조들이 쇠비름을 장수의 명약으로 여긴 것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선 통찰이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쇠비름 100g에는 약 300~400mg의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상추나 깻잎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식물성 오메가-3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여 동맥경화와 같은 혈관 질환 예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뇌세포를 활성화하여 혈관성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장명채’라는 이름에 과학적 근거를 더한다. 뿐만 아니라 풍부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 노화를 막고 피부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세계인의 식탁을 사로잡은 쇠비름의 매력

쇠비름 나물
쇠비름 나물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한국에서는 쇠비름의 싱그러움을 가장 잘 살리는 방식으로 나물을 즐겨 먹는다.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풋내를 없앤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단단히 짜낸다. 여기에 된장과 고추장을 적절히 섞고 다진 마늘, 매실청, 고소한 참기름을 더해 조물조물 무쳐내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하는 훌륭한 밑반찬이 완성된다.

쇠비름 샐러드
쇠비름 샐러드 / 게티이미지뱅크

쇠비름의 가치는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중해 식단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데친 쇠비름을 마늘과 함께 올리브오일에 볶아 치즈를 섞어 부드러운 크림 형태로 만들어 빵에 발라 먹는다.

일본에서는 된장국인 미소시루에 넣어 감칠맛을 더하거나 간장 양념으로 깔끔하게 무쳐내고, 중국에서는 죽에 넣거나 달걀, 돼지고기와 함께 볶음 요리의 주재료로 활용한다.

쇠비름 곁들인 요거트
쇠비름 곁들인 요거트 / 게티이미지뱅크

심지어 러시아에서는 잘게 썬 쇠비름을 요거트에 섞어 마늘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 소스로 즐기기도 한다. 이처럼 샐러드부터 샌드위치, 팬케이크에 이르기까지 쇠비름은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지닌 식재료다.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과 보관법

쇠비름 보관법
쇠비름 보관법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다만 쇠비름을 섭취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쇠비름은 다른 식물에 비해 토양의 중금속을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공장 지대나 쓰레기 매립지 근처, 차량 통행이 잦은 도심 도로변에서 자란 것은 채취해서는 안 된다. 가급적 농약 사용이 적은 청정한 시골 들판이나 밭에서 자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선한 쇠비름을 보관할 때는 젖은 키친타월에 감싸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두면 며칠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더 오래 두고 먹고 싶다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제거하고 소분하여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쇠비름이 나는 계절이 아니더라도 그 영양과 맛을 즐길 수 있다.

잡초에서 귀한 식재료로, 재발견의 가치

쇠비름
쇠비름 /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발에 채이는 잡초에서 이제는 건강을 책임지는 귀한 식재료로 위상이 달라진 쇠비름. 그 이름에 얽힌 장수의 염원과 세계인의 식탁을 다채롭게 만드는 매력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속에 얼마나 큰 가치가 숨어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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