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메이플시럽 속 ‘천연’의 함정, 간이 구분 못 한다

건강을 위해 정제 설탕 대신 꿀이나 메이플시럽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천연’ 감미료가 인공 설탕보다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양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큰 착각에 가깝다고 경고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우리 몸이 당의 출처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리당(Free Sugars)’ 섭취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유리당이란 식품 제조나 조리에 첨가되는 당류뿐만 아니라, 꿀, 메이플시럽, 과일 주스 등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단당류와 이당류를 포함한다.
설탕과 꿀, 분자 구조와 대사 차이

정제 설탕(자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1대 1로 결합된 이당류다. 메이플시럽의 주성분 역시 자당이다. 꿀은 성분 구성이 다소 다르다. 약 40%의 과당과 30%의 과당(주로 단당류 상태)으로 구성되며 나머지는 수분과 미량 영양소다.
미국 브리검영 대학의 카렌 델라 코르테 교수는 “당이 꿀에서 왔든 설탕에서 왔든, 몸속에서는 결국 포도당과 과당이라는 동일한 기본 단위로 분해돼 흡수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감미료든 최종 분해 산물은 같다는 의미다.
‘과당’ 대사, 간은 출처를 구분하지 않는다

우리 몸이 포도당과 과당을 처리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포도당은 혈액으로 들어가 혈당을 높이고,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에 의해 전신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반면 과당은 혈당을 직접적으로 높이지는 않지만, 소화 과정 후 거의 대부분이 간으로 직행한다. 간은 과당을 대사할 수 있는 핵심 장기다.
적정량의 과당은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거나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만, 과도한 과당이 유입되면 간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지방(중성지방)으로 전환시킨다.
이것이 ‘과당은 간에 부담을 준다’고 말하는 이유다. 꿀에 과당이 많든, 설탕이나 메이플시럽이 분해되어 과당이 되든, 총량이 많아지면 간은 이 과당의 ‘출처’를 구분하지 않고 지방으로 축적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의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과잉 섭취된 당은 제2형 당뇨병, 지방간, 나아가 간암이나 간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으며, 혈류로 방출된 지방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까지 높인다.
‘천연’의 함정

소비자들은 꿀이나 메이플시럽에 비타민, 미네랄,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어 설탕보다 낫다고 여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생리활성물질의 함량이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칼로리 역시 큰 차이가 없다. 50g 기준으로 설탕은 약 197kcal, 꿀은 약 162kcal, 메이플시럽은 약 130kcal다. 수치상으로는 메이플시럽이 낮아 보이지만, 꿀과 메이플시럽은 설탕보다 비중이 높은 액상 형태다. 같은 ‘한 스푼’을 사용할 경우, 무게가 더 많이 나가므로 결국 비슷하거나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될 수 있다.
상충되는 연구 결과의 이면

일부 연구는 천연 감미료가 설탕보다 건강에 이롭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2024년 발표된 한 연구는 메이플시럽이 설탕보다 혈당 수치와 심장 건강에 더 나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킴버 스탠호프 박사는 이러한 연구 대부분이 산업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다는 점을 경고했다.
해당 메이플시럽 연구 역시 관련 업계의 지원을 받았다. 스탠호프 박사는 산업계가 지원하는 연구의 경우, 설계 단계에서부터 특정 결과를 유도하도록 설계되거나 불리한 데이터가 축소,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꿀이든 메이플시럽이든 모두 WHO가 규정한 ‘유리당’이자 ‘첨가당’의 범주에 속한다. ‘천연’이라는 단어가 건강을 보증해주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꿀을 포함한 모든 유리당 섭취량을 하루 총 섭취 칼로리의 10% 미만, 가급적 5% 미만으로 줄일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이는 성인 기준 하루 약 25g(다섯 티스푼) 수준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여성을 25g, 남성을 36g 이하로 더 엄격하게 제한하며, 한국 역시 총열량의 10%(약 50g) 미만 섭취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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